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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택시

  • 기사입력 2005.06.15 11:19
  • 기자명 이형진
   
 
   
 
"내가 무슨... 매스컴 타려고 BMW 모는 사람도 아닌데, 이러다가 큰일 나겠네."

13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난 김우양(51)씨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와 얘기를 하는 동안에도 언론사에서 걸려오는 전화들에 시달린 그는 요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BMW 택시'의 운전기사다.

그는 인천시내에서 개인택시를 모는 운전기사 7800여 명중 유일하게 외제 승용차를 모는 사람이다. 서울의 경우 그랜드보이저 7대와 링컨타운카 4대 등 총 11대의 외제 모범택시가 있지만, 외제 승용차를 모는 개인택시 기사는 없다는 게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네티즌이 지난 8일 <디시인사이드> 자동차 갤러리에 BMW 택시 사진을 올리면서부터 김씨의 유명세는 시작됐다.

'BMW 택시' 사진 놓고 '조작이다', '아니다' 네티즌 갑론을박

<디시인사이드>에 올려진 사진들은 중고차 쇼핑몰 <보배드림> 등에 퍼올려졌고, BMW 택시 사진이 '합성이냐, 아니냐' 하는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조작된 사진이 아니라면 BMW 택시를 모는 것이 과연 수지가 맞을까, 택시기사는 뭘 하는 사람일까 하는 의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오마이뉴스>가 수소문 끝에 찾아낸 택시기사 김씨는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평범한 서민이었다. 김씨 자신은 지난 11일에야 아들로부터 "아버지의 택시 사진이 인터넷에 떴다"는 말을 듣고서야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한다.

BMW라면 억대를 호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김씨가 구입한 모델은 지난 3월 출시된 BMW 320i. 정가는 4350만원이지만, 10% 할인된 3950만원에 구입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1개당 50만원짜리 타이어를 달았고, 기본 장착된 에어백만 8개에 이르니 일반인들이 선뜻 구입하기에 부담스러운 차인 것은 분명하다.

김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BMW 택시를 몰기 위해 굉장히 많은 난관을 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30년 전 운전면허를 처음 취득한 후 막노동과 화물차 운전, 액세서리 판매 등을 하면서 멋진 개인택시를 장만하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맨발에서 벤츠까지라는 말도 있지만, 제가 그다지 풍요롭게 살진 못했어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서 노후를 위한 호구지책으로 개인택시를 몰기로 했죠. 택시운전이 결국 나의 평생직장이 되지 않을까? 앞으로 액세서리 가게는 아내가 주로 돌봐야 할 텐데, 사람의 앞일은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아내도 미용기술을 따로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액세서리 박사' 대우를 받을 정도로 노련한 장사꾼인 그는 올해 들어 마이너스 통장에 은행 대출과 빚 등을 얻어서 BMW를 어렵사리 구입했다.

"BMW 운전자들에게 누를 끼치는 게 아닐까 걱정"

배기량 2000cc의 BMW 320i가 체어맨·에쿠스 등 국산 고급승용차에 비해 크게 비싸지 않고, 연비도 효율적인 편이어서 '40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차'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김씨는 "300만원을 더 투자하면 LPG 차량으로 개조할 수 있는데, 돈이 없어서 미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BMW 택시'가 네티즌들의 화제가 된 것에 대해 "고급 외제차 택시를 타보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이 실현된 것에 젊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 같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김씨가 택시운전을 한 지는 얼마 안됐지만, 승객들이 "이렇게 좋은 차도 택시로 나오네요", "목적지까지 고급차를 태워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할 때마다 가슴 깊이 뿌듯함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BMW 소유자들로부터 원망을 듣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없지 않다.

"기자 분을 만나기 전에 BMW 인천지사에서 전화를 걸어 '가급적이면 언론취재에 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BMW코리아에서 왜 자꾸 인터넷에 'BMW 택시' 사진이 뜨냐는 질책이 내려오는 것 같아요. BMW 딜러도 차를 팔 때는 이렇게 이슈화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제가 BMW 모는 분들에게 누를 끼치는 게 아닌지 걱정이네요."

한 가지, BMW 택시를 몰아서 과연 수지타산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BMW를 몬다고 해서 기본요금(1500원)을 한 푼이라도 올려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동차보험료도 일반택시의 2배에 달하는 240만∼250만원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차를 사기 전에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너무 돈에 얽매이지 않고 이웃이나 손님들이 편하게 느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벤츠 S500을 사려고 했는데, 2억원 가까이 필요하더라. 좀 더 여유가 생기면 벤츠 리무진 서비스를 해보는 게 꿈"이라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출처-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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