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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7은 혁신했을까? 세 가지 관점에서 바라본 신차

  • 기사입력 2016.01.12 09:45
  • 최종수정 2016.01.12 20:13
  • 기자명 이다일 기자

[오토데일리 이다일 기자] 기아자동차가 7년 만에 중대형 세단 K7의 신모델을 내놨다. 1세대가 피터슈라이어의 디자인을 더하며 K시리즈의 성공을 이끌었다. 기아차는 이번 완전변경에서는 몇 가지 성능과 기능에 포인트를 뒀다. 장·단점을 정리했다.

1. 8단자동변속기

 기아차는 신형 K7에 ‘완성차 업계 세계 최초’로 전륜구동형 8단 자동변속기를 자체 개발해서 탑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전륜구동형 8단 자동변속기는 일본의 아이신, 독일의 ZF가 개발해 상용화했지만 이들은 완성차 업체가 아닌 부품사라는 설명이다.

▲ 전륜구동형 8단 자동변속기의 성능 실험

 엄밀히 말하자면 ‘수식’이다. 기아차가 각고의 노력을 통해 개발한 8단 자동변속기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잘 만든 상품에 약간 ‘오버’같은 설명을 더해서 오히려 가치를 훼손한 듯 보인다.

 기아차의 전륜구동형 8단 자동변속기는 기존 6단 자동변속기 대비 7.3%나 연비를 향상시켰다. 동일한 36.5kg.m의 허용 토크에서 중량도 기존 6단이 94kg인 반면 90.5kg으로 줄였다. 이는 앞서 언급한 아이신이나 ZF에 비해서도 기술적 우위를 차지한다.

 또한, 향후 기아차의 신차 개발에도 34%나 넓어진 기어폭 덕택에 연비 위주의 자동차, 고속 순항에 좋은 자동차, 초기 발진이 좋은 자동차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했다. 

 다만, 과도한 수식어는 지양해야한다는 점이다. 소비자에게 진실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과거에도 아반떼 LPG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면서 ‘세계 최초’라는 수식을 붙였다. 토요타가 10년이나 먼저 하이브리드를 내놨지만 이들은 가솔린 엔진이고 LPG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K7은 7년 만에 새롭게 나왔지만 다소 과도한 수식어를 붙이는 습관은 그대로다.

2. 크렐(KRELL) 오디오

 뱅앤울룹슨, 하만카돈, 메리디안, 보스, 인피니티 그리고 크렐까지. 세계 자동차 시장은 사운드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고급차라고 자부하는 대부분의 브랜드는 모두 유명 오디오 회사와 협업하고 있다. 기아차도 K7에 1989년 북미에서 시작한 프리미엄 오디오 ‘크렐(KRELL)’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조금 생소한 이름인데 기존에는 혼다의 고급 모델에 일부 적용했다. 국내에는 작년 출시한 혼다 레전드를 통해 최초로 선보였다.

▲ 남양연구소 무음실에서 크렐 오디오를 튜닝하는 모습

 수조원의 개발비를 들여 차를 만드는 회사가 왜 오디오는 협업을 통해 개발할까. 이미지와 기술 때문이다. 오디오 회사들이 쌓아놓은 이미지를 그대로 자동차에 가져오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들의 사운드 튜닝 기술은 기본이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오디오는 고급차를 판가름하는 기준이다. 아우디에서는 시동을 걸면 고음을 재생하는 트위터가 불쑥 올라온다. 청각 만족을 위한 시각적 효과다. BMW는 스피커에 모두 하만카돈의 로고를 붙였다. 제네시스 EQ900도 역시 하만카돈의 로고를 붙였다.

 자동차의 고급 오디오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제작한다. 기본적인 오디오, 스피커, 앰프를 자동차 제작사가 사양에 맞춰 개발하고 장착한 뒤 유명 오디오 회사에서 튜닝한다. 소프트웨어만 가져오는 방식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고급차 오디오가 이런 방식으로 개발한 것이다.

 또 하나는 오디오 제작사가 스피커, 앰프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해 납품한다. 이를 위해 차 문짝 크기에 맞춘 우퍼를 개발하기도 하고 이동하는 자동차의 특성을 고려해 스피커의 성향을 조절하기도 한다. 인피니티에 들어간 얇은 문짝용 우퍼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K7의 크렐 오디오는 후자다. 크렐에서 스피커와 앰프를 모두 생산하고 차에 장착했다. 총 550W의 출력은 1개의 앰프에서 12개의 스피커로 전달된다. 스피커를 위한 배선도 크렐에서 별도로 정리했다. 또, 남양연구소의 무음실에서 센서와 카메라로 차 안의 소리를 파악해 잡음 요소를 없앴다.

 남양연구소의 기아차 오디오 담당 연구원은 “10년 간 근무했는데 자동차에서 오디오가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며 “최근에는 고급차를 판가름하는 기준에 오디오가 추가되면서 고급화를 강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3. 다이어트

 기아자동차는 11일 경기도 화성의 남양연구소에서 기자단을 초청해 K7의 사전공개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연구원들이 직접 나와 K7에 대해 설명했다.

 초고장력 강판의 사용을 기존 24%에서 51%로 확대 적용했고 구조용 접착제 사용을 기존 17m에서 110m로 대폭 확대했다고 밝혔다. 모두 차체 강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접착제의 사용은 앞문짝을 중심으로 이뤄져 캐빈룸을 보호하는 역할을 강조했고 초고장력강판은 지금까지 다른 현대기아차와 마찬가지로 충돌시험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 위해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 기아자동차 신형 K7의 제원표. 가장 기본적인 정보인 공차중량이나 차량총중량은 빠져있다.

 2.4리터와 3.3리터의 가솔린 엔진은 기존과 같은 것이지만 저속 토크를 향상시켰고 변속기는 기존 6단 자동에서 8단 자동으로 바꾸며 오히려 경량화했다. 차체 크기는 조금 더 커졌지만 일반강판보다 가벼운 초고장력강판을 적용했다.

 궁금증은 그 뒤에 생겼다. 보도자료에도 차량 설명에도 이른바 차량총중량, 공차중량의 정보가 없다.

 이에대해 기아자동차 K7 개발을 담당한 박기출 PM은 “기존 모델과 동등한 수준으로 맞췄다”고 답변했다.

 정리하면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고 경량화한 파워트레인을 적용했지만 차체 무게는 전과 동일하다는 설명이다. 다소 의아한 부분이다.

 최근의 자동차 업계는 감량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폭스바겐의 7세대 골프는 최대 100kg을 줄였다. 소형차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비율이다. 벤츠의 신형 C클래스 역시 80kg을 감량했다. BMW의 7시리즈는 신모델을 내놓으며 130kg을 줄였다. 이들은 감량을 위해 비싸고 가공하기 힘든 소재도 과감하게 사용했다. 보닛과 트렁크에는 알루미늄을 적용하고 충격을 받는 주요 차체에는 카본도 활용했다.

 

 기아차의 설명은 이렇다. 기존 모델 대비 무게는 동일하지만 연비는 개선됐고 성능도 개선됐다. 안전성은 높아졌고 옵션도 추가됐으니 실질적인 성능 향상이라는 말이다.

 절대적으로 무엇이 옳다는 것은 없다. 체중을 줄일지 안전을 강화할지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하고 값을 올릴지 제조사의 판단인 것. 기아차는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무게로 안전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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