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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 경영평가] 토요타·닛산·혼다, 조용하지만 실속있는 행보

  • 기사입력 2015.12.24 17:20
  • 최종수정 2015.12.28 14:35
  • 기자명 신승영 기자

[편집자 주] 2015년 자동차 업계는 혼란의 도가니였다. 폭스바겐그룹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은 자동차 업계를 모두 혼돈의 늪으로 빠트렸다. 러시아를 포함한 브릭스 등 신흥국가의 불안정한 경제상황도 자동차 업계의 리스크로 다가왔다.
 
 국내에서는 수입차의 약진과 국산차의 위기가 계속됐다. 국산차의 품질 문제는 신차 출시후 다가오는 통과의례처럼 됐고 소비자의 불신과 이를 극복하려는 제조사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오토데일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산과 외산차의 업체별 실적과 함께 주요 차종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 시장의 성숙도와 각 사 경영진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 (좌측부터) 한국토요타 요시다 아키히사 사장, 한국닛산 타케히코 키쿠치 사장, 혼다코리아 정우영 사장

[오토데일리 신승영 기자]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올 한해 국내 시장에서 조용하지만 실속있는 행보를 보였다. 수입차 시장 내 지나친 출혈경쟁에서 한 발 벗어나 내실 다지기에 한층 집중한 모습이다. 
 
일본차 업계는 올해 별다른 신차 출시 없이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지난해 수익 중심의 경영과 엔저 효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일본차 업체들은 올해 판매 부문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 렉서스 ES300h

◆ 토요타·렉서스, 정중동(靜中動)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올해 판매 목표인 1만4800대(토요타 7700대·렉서스 7100대)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11월 누적 판매대수는 1만3719대(토요타 6920대·렉서스 6799대)로,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대수(1만3304대)을 넘어섰다. 12월 렉서스 판매가 급등함에 따라 당초 계획한 판매 성장률 11.2%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임 2년차를 맞은 요시다 아키히사 사장은 ‘2014년 질적성장, 2015년 안정적인 성장기반 마련, 2016년 새로운 도약’이란 비전을 차근차근 확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한국토요타의 지난해 판매 성장률은 3.4%에 그쳤지만, 매출은 21.6%나 급증했다. 수익성 항목도 지난 2009년 이후 5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신차 판매까지 늘어남에 따라 흑자폭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내실경영 체제를 확립한 한국토요타는 올해 ‘스마트 가격 정책’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리한 가격 할인 및 프로모션을 지양하고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대표적인 예로, 하이브리드 전 모델에 메인 배터리 10년/20만km 무상보증 연장 조치를 실시했다. 렉서스 ES는 디자인 변경과 더불어 60% 이상 판매 비중을 차지한 주력 트림(Supreme)의 가격을 인하했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일부 사양 조정을 통해 3500만원대 모델을 내놓았다. 기존 제로섬(zero-sum) 게임에서 탈피해 브랜드의 질적 성장과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에 주력했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렉서스 서티파이드(LEXUS CERTIFIED)’를 론칭하고 인증 중고차 사업도 개시했다. 4세대 신형 프리우스와 라브4 하이브리드 등 내년 투입될 신차도 기대가 높다. 
 
다만, 하이브리드와 함께 또 하나의 축으로 내세운 터보 제품군의 부진이 아쉽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겠다는 ‘와쿠도키(わくどき)’ 전략에 비해 렉서스 터보 라인업의 퍼포먼스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다. 경쟁 모델보다 강점을 가진 기본 제품력을 고객들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겠다.
 
더불어 캠리 하이브리드 LE트림과 같은 새로운 인기 모델의 경우 보다 안정적인 제품 수급이 요구된다.

▲ 닛산 맥시마

◆ 닛산·인피니티, 주마가편(走馬加鞭)  
 
한국닛산은 올해 판매 목표 8500대(닛산 5500대·인피니티 3000대)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까지 총 5117대가 판매된 닛산 브랜드는 12월 실적으로 충분하겠지만, 인피니티 브랜드(1~11월 2526대)가 부족하다. 인피니티는 지난 9월과 10월 주력 모델인 Q50 2.2d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 지난 11월 빠르게 Q50 유로6 모델을 선보였지만, 앞서 두 달간의 공백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닛산은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2007년 이후 무려 7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닛산은 올해 공격적인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먼저 지난 4월 인피니티 브랜드를 독립시켰다. 인피니티코리아 총괄 대표직에 이창환 상무를 선임하고 홍콩 본사 직보 체제로 전환했다. 그 결과, 빠른 의사결정 구조 아래에서 시장 변화에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 지난달 출시된 Q50 2.2d 모델은 유로6 적용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동결했다. 또한 5천만원 중반대 Q50S 에센스 모델을 새롭게 선보이며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도 대폭 끌어올렸다.
 
회사 밖에서는 전국 각지에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를 대거 확장했다. 닛산 브랜드는 올해 전북 전주(4월)를 시작으로 서울 용산(5월), 강원 원주(8월), 서울 강서(10월), 부산 동래(11월), 경기 수원, 서울 송파(12월) 등에 판매 및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인피니티 브랜드 역시 경기 분당(10월)과 대전, 강원 원주(11월), 전북 전주(12월) 등에 진출했다. 
 
경쟁력 있는 신차를 보다 효율적으로 더 많이 팔기 위한 준비를 마친 것이다. 
   
닛산은 알티마와 캐시카이 등 기존 주력 라인업에 맥시마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 당초 연 500대 판매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으나, 파격적인 가격대와 우수한 제품력으로 기대 이상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맥시마는 한국닛산 타케히코 키쿠치 사장이 직접 나서서 본사에 추가 물량을 요청한 상태다. 내년 2월 이후부터 공급 확대가 예상된다. 
 
닛산은 내년 상반기 무라노가 출시되면, 캐시카이와 쥬크로 이어지는 SUV 풀 라인업이 완성된다. 
 
인피니티는 Q30과 QX50을 투입한다. 브랜드 최초 엔트리급 콤팩트 차량인 Q30은 Q50의 성공을 다시 한 번 재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좁은 실내 공간이 단점으로 꼽혔던 QX50은 롱 바디 모델로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0%대 이상 높은 성장세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국닛산은 올해 성적도 만족스럽고, 내년 청사진도 밝다. 하지만 딜러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 높아진 매출에 비해 남는 것이 별로 없었다. 더군다나 최근 내부의 경쟁 상대도 부쩍 늘어났다. 이래저래 말 못할 불만이 쌓이고 있다.  

▲ 혼다 어코드

◆ 혼다, 복지부동(伏地不動)
 
혼다코리아는 토요타·닛산보다 앞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3년과 2014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왔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질적 성장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해 자동차 판매는 추락했고, 사실상 모터사이클 부문이 회사를 이끌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 내에서 자동차 부문에 대한 중요도가 점차 낮아지는 모양새다. 올해 전시장 수는 닛산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고 공격적인 판촉도 사라졌다.
 
더욱이 올 초 야심차게 내놓은 플래그십 모델 레전드가 처참한 수준으로 부진했다. 연간 500대를 목표로 삼았지만, 일 년간 판매는 겨우 100대를 넘기는데 그쳤다. 연간 500~600대 판매가 예상된 오딧세이 역시 350대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혼다코리아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올해 판매 목표인 4500대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겠다. 어코드와 CR-V 두 차종이 견고한 판매력을 유지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어코드는 부분변경 모델로 바뀌고 한층 더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출시한 신형 파일럿 또한 시장의 관심이 높다. 
 
내년 상반기 투입될 HR-V 등 앞으로 나올 신차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10세대 신형 시빅을 비롯해 최근 글로벌 시장에 소개된 혼다의 신차들도 디자인과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 
 
때문에 혼다코리아의 행보는 더욱 안일하게 비춰진다. 어코드와 신형 파일럿의 경우 수요 예측에 실패하며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5개에 불과한 제품 라인업도 강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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