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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1억1400만원의 제네시스, EQ900 3.3 T-GDi VIP시트

  • 기사입력 2015.12.21 15:32
  • 최종수정 2015.12.22 09:29
  • 기자명 이다일 기자

[오토데일리 이다일 기자] 제네시스 EQ900을 시승했다. 서울 광장동에서 강원도 춘천까지 왕복 135.8km 거리다. 경로의 특성상 주로 고속주행을 했다.

 

 제네시스 EQ900은 이름부터 새롭다. 사실상 에쿠스의 후속 모델이지만 그릇부터 모두 새로 바꿨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만들었고 향후 5년간 라인업을 추가한다. 시작이 EQ900이다. 주력 모델이며 이날 시승에도 등장한 트림이다. 정확히 시승차는 3.3 T-GDi의 프레스티지 등급에 퍼스트클래스 VIP시트를 추가했다. 나머지 한 가지 옵션인 세이프티 썬루프는 추가하지 않았다. 기본가격 1억1100만원에 VIP시트 300만원을 추가해 총 1억1400만원이다.

 

 뒷좌석에 앉아 바라본 운전석의 첫인상은 평범했다. “고급차는 다 그런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었지만 오해였다. 시승 직후 잠시 2세대 제네시스 모델을 탑승했는데 EQ900의 계기반을 포함해 버튼까지 모든 것이 고급스럽다. 넓은 화면이 가로로 시원하게 배치된 모습이 마치 벤츠 S클래스와 닮았다. 대형세단의 추세인 만큼 비슷할 수밖에 없고 제네시스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이 그쪽이니 역시 닮아갈 수밖에 없다.

 VIP 시트가 적용된 시승차는 뒷좌석에서 2개의 모니터가 있다. 내비게이션, 주크박스, 라디오, DMB 등을 볼 수 있다. 모든 조작은 가운데 콘솔에서 한다. 커다란 다이얼과 작은 버튼들이 늘어섰다.

 

 뒷좌석에서 버튼을 눌러 조수석을 앞으로 밀었다. VIP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고급 세단이 갖고 있는 기능이다. 한때, 조수석 시트 등 부분 가운데만 앞으로 접어지도록 해 발을 뻗을 수 있게 만든 차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없어졌다. 다만 조수석 시트를 접어 공간을 만든다. 운전수 입장에서는 조수석 시트의 헤드레스트가 완전히 접혀야 사이드미러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독일 고급 세단에서는 아직도 시야를 가리는 경우가 있는데 EQ900은 완전하게 조절된다.

▲ 오디오의 음향효과를 조절할 수 있다

 이 차의 중심은 VIP좌석이다. 오디오 역시 VIP좌석에 최적화가 가능하다. 렉시콘과 함께 튜닝한 오디오와 14개의 스피커에 대한 설정으로 조절한다. 음향을 관객모드, 무대모드 등으로 바꾸는 퀀텀로직 서라운드도 제공하는데 큰 효용가치는 느끼지 못했다. 음악은 이퀄라이저조차 플랫으로 듣는 게 가장 좋다는 생각이다.

 실내 색상은 선택의 폭이 넓다. 시승차는 바버나 컬러의 리얼 우드와 브라운 투톤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EQ900의 우드 종류는 7가지, 실내는 5가지이며 외장 색상은 8가지다.

 기존 에쿠스에 비해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가 115mm 늘었다. 공간은 뒷좌석의 확대에 사용했다. 항공기 1등석 시트와 노르웨이의 라운지체어 회사 제품을 직접 구입해 분석했고 결과를 반영했다. 탑승자의 신체 가운데 단단한 부위는 부드럽게 부드러운 부위는 단단하게 잡아 안락감을 개선했다. 특히, 뒷좌석 시트는 독서모드, 휴식모드의 원터치 버튼도 있다. 항공기에서 수면모드, 독서모드 버튼이 있는 것과 동일하다. 뒷좌석을 휴식모드로 바꾸면 엉덩이 시트가 앞으로 밀려나가면서 위로 살짝 올라간다. 등판과 헤드레스트까지 이동하면서 몸에 꼭 맞게 움직인다. 현대차 연구원에 따르면 EQ900의 시트는 우리나라 소비자의 체형을 고려해 만들었다. 주 타깃인 40대 후반과 50대 초반 연령층의 95%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대략 신장 172cm 정도의 표준 몸무게에서 최적화됐다.

 

 뒷좌석에 앉으면 선루프가 없어도 개방감이 뛰어나다. 뒷좌석 탑승객 머리쯤에 위치한 C필러를 뒤로 빼고 도어의 길이를 늘렸다. 과거 고급 세단에서는 ‘오페라글라스’라고 부르던 창이 있었다. 뒷좌석 탑승자는 동그란 오페라글라스로 밖을 내다봤다. VIP 탑승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한 디자인으로 한동안 각광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방감이 대세다. 뒷좌석 창문의 크기를 늘리는 대신 전동식 햇볕가리개와 컬러유리를 기본 적용했다.

 덕분에 VIP 승객이 타고 내리는데 편하다. 몸을 오른쪽으로 틀면서 다리를 뻗어도 차체에 닫지 않는다. 자세히 보면 뒷문 아래를 직각으로 깎았고 도어를 길게 빼면서 승하차 편의성도 개선했다.

 
 
 

 시승차의 플래티넘 실버 컬러는 젊은 느낌을 준다. 앞서 말했듯 이 차의 주요 타깃 고객이 50대 초반임을 감안하면 반드시 필요한 컬러다. 기존 에쿠스는 검정색 밖에 없는 듯 획일화된 컬러가 인상적이었다. 이번에는 넵튠블루, 코스모 그레이, 탠 브라운 등 독특한 색상이 시선을 끈다.

 EQ900의 디자인에는 독일인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의 입김이 들어갔다. 라이트, 그릴, 램프의 디자인에서 시작해 자동차의 캐릭터를 완성하는 옆면까지 기존 에쿠스에 비해 간결하고 부드럽다. 다만, 직선이 살아나면서 조금 더 남성적인 디자인으로 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제네시스 특유의 라인을 한 눈에 느끼진 못하겠다. 얼핏 옆모습을 보면 BMW도 보이고 렉서스도 보인다.

 
▲ 리어램프까지 이어지는 숄더 캐릭터 라인이 인상적이다

 앞, 뒤 디자인에서는 캐릭터가 좀 더 확실하게 살아났다. 제네시스에서 보여줬던 라디에이터와 헤드라이트 디자인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에쿠스에 적용했던 일자형 방향지시등도 이 차에 들어있다. 사이드미러는 A필러에서 문짝 상단으로 옮겨갔고 앞범퍼의 디자인 역시 간결하다. 뒷모습은 브레이크등을 세로 디자인으로 바꾸었고 역시나 방향지시등은 가로로 배치했다. 뒤에서 바라보면 브레이크등 상단과 마주하는 숄더라인의 캐릭터가 이 차의 특징이다. BMW 보다는 부드럽지만 직선이 주는 경쾌함이 있다. 길이 5.2m의 차가 지루하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반환점까지 뒷좌석에 앉았고 돌아오는 길은 직접 운전을 했다. 시트에 앉아 키를 입력하고 차가 추천하는 운전자세로 설정했다. 앉아있기에는 편안한데 평소 기자의 운전자세와는 다르다. 좀 더 허리를 세우고 스티어링휠을 돌려도 그립이 떨어지지 않아야 할텐데 편안함을 우선시한 자세를 추천한다.

 
 

 변속레버는 기존에 없던 스타일이다. R-N-D의 3단계로 만들었고 P는 별도의 버튼이다. 파킹브레이크 릴리즈 버튼도 옆에 있다. 현대차 연구원의 말로는 고급 세단에서 쉬프트 다운을 하며 스포티한 주행을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생각해 변속레버를 디자인했다고 한다. 작고 낮고 넓은 변속레버는 손목 받침대로 적당하다. 변속기 레버의 위치가 절묘하다. D로 끝까지 내리면 드라이빙모드로 들어가며 변속기 레버는 살짝 튕겨 올라가 N과 D사이에 위치한다. N으로 바꾸려면 살짝 올리면 된다. 후진을 하려고 R로 올리면 역시 N과 R사이에 레버가 멈춘다. 의식하지 않고 평소 사용하던 데로 위로 올리고 아래로 내리면 된다. P는 검지를 뻗으면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다.

▲ 헤드업디스플레이는 계기반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운전석에 앉으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헤드업디스플레이다. 기본적인 속도는 물론이고 내비게이션의 주행정보, 경로안내를 포함해 주의 운전 안내 표시까지 다양한 정보가 펼쳐진다. 고급스럽고 크고 화려한 LCD 계기반은 볼 필요가 없다. 심지어 내비게이션도 말이다.

 반환점을 출발하면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가속성능을 측정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고 가속 상황을 영상으로 촬영해 프레임 단위로 확인했다. 정지부터 디지털 계기반이 100을 가리키는 순간까지 약 5.9초 정도가 나왔다. 2.2톤의 대형 세단에서 3.3리터 터보 엔진이 낸 기록이다. 현대차 연구원은 전자식 사륜구동 HTRAC이 가속시 모든 바퀴에 동력을 배분하고 엔진에 들어간 듀얼 터보가 막힘없는 가속력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새롭게 선보인 3.3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이 6000rpm에서 370마력이고 최대토크는 1300rpm~4500rpm 사이에서 52.0kg.m이 나온다.

 
 

 3.3 터보 엔진의 성능은 주행에서 바로 느껴진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할 때에도 시원하게 들어가더니 고속에서도 엔진회전수를 높이지 않았다. 시내 위주의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1500~2000rpm 사이에서 오갔다. 현대차가 발표한 3.8리터 엔진과의 토크 비교 자료에 따르면 낮은 회전수에서 최대토크로 시작하기 때문에 배기량이 줄어도 시원한 주행이 가능하다.

 이번 시승에서는 EQ900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서스펜션에 대한 체험 기회는 많지 않았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출렁임이 줄어든 것은 느꼈지만 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우리나라 길을 장시간 달려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춘천 고속도로의 특징상 터널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소음에 대한 느낌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중접합유리와 삼중차음 도어 설계를 적용한 EQ900은 국내에 판매중인 국산과 수입차 모두를 통틀어 가장 조용했다. 고속도로를 달려 복귀하면서 BMW의 퍼포먼스카를 담당하다가 현대차로 옮긴 알버트 비어만의 노하우가 어디에 들어있는지 궁금증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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