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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가 2.0엔진을 버리는 어리석은(?) 판단을 한 이유는?

  • 기사입력 2015.09.11 09:42
  • 최종수정 2015.09.11 18:54
  • 기자명 이상원 기자
 

[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 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올해 구원투수는 서브 컴팩트 SUV 티볼리다.

지난 1월 가솔린, 7월 디젤모델이 투입된 티볼리는 국내외에서 월 평균 6천여대가 팔리면서 쌍용차 판매의 절반 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티볼리는 공급만 가능하다면 월 1만대 판매도 충분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티볼리가 나오기 이전에 쌍용차를 견인한 모델은 무엇일까? 쌍용차 라인업은 코란도C와 렉스턴W, 코란도 투리스모, 그리고 픽업트럭인 코란도 스포츠와 대형 세단 체어맨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까지 쌍용차를 이끈 것은 바로 2.0엔진이다. 쌍용차는 지난 2012년부터 코란도C 외에 렉스턴과 코란도 스포츠, 로디우스(현 코란도 투리스모)에 얹었던 2.7엔진을 버리고 신형 2.0 엔진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연비가 훨씬 좋고 자동차세도 덜 나오는 2.0모델은 월 100대 수준이었던 렉스턴과 코란도 투리스모의 판매량을 단숨에 1천대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 그야말로 기가막힌 전략이었다.

기존 2.0 엔진을 업그레이드, 성능을 높이면서 차체가 큰 프레임 타입의 렉스턴과 코란도 투리스모를 끄는데 문제가 없게 만든 결과다.

 

그런데 올해 갑자기 코란도C와 렉스턴W, 코란도투리스모의 엔진을 2.0에서 2.2로 키웠다. 유로6 배출가스 기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코란도C는 지난 7월 2.2엔진과 아이신6단 변속기가, 렉스턴W와 코란도 투리스모는 9월부터 2.2엔진과 메르세데스 벤츠의 7단 변속기가 각각 조합됐다.

3개 차종 모두 최고출력이 155마력에서 178마력으로, 최대토크가 36.7kg.m에서 40.8kg.m로 높아지면서 힘이 달린다는 불만이 거의 해소됐다.

 

하지만 파워트레인 업그레이드로 인한 출혈도 만만치 않았다. 구입가격이 종전 대비 평균 250만원 가량 인상됐고 연간 자동차세도 4-5만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엔진 배기량이 높아지면서 연비도 낮아졌다. 렉스턴W는 리터당 12.2km에서 12.0km로, 코란도 투리스모는 12.0km에서 11.6km로 하향 조정됐다. 다만 코란도C는 기존 12.8km 13.3km로 향상됐다.

 이는 판매량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코란도C는 업그레이드 이전인 지난 6월 1515대가 팔렸으나 7월과 8월은 1032대, 1056대로 450여대가 줄었고 코란도 투리스모도 541대에서 431대와 474대로 감소했다. 다만 렉스턴W는 393대에서 431대와 438대로 30-40대가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선택을 한 셈이다. 쌍용차측은 낮은 파워에 대한 고객 불만 해소를 위해 경제성을 약간 양보하면서 높은 출력을 선택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존 2.0과 2.2모델을 동시에 출시하는 멋진 방안도 있지 않았을까? 여기에는 쌍용차의 개발분야 능력 문제가 개입된다.

쌍용차는 티볼리용 1.6디젤과 가솔린 엔진, 유로6 대응 2.0엔진을 동시에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는데 기존 2.0엔진의 파워를 키워 대응하더라도 파워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워 차라리 2.2엔진을 선택했다.

즉. 2.0엔진으로 유로6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DPF(배기가스 저감장치) 등을 달아 매연을 확실히 틀어 막아야 하는데 이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워 손실을 커버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여력이 된다면 2.0과 2.2라인업을 동시에 출시, 현대.기아차에 대응하는게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었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중형 유일의 프레임타입 SUV란 점과 활용성이 탁월한 승합차라는 강점, 그리고 국산 최고의 소형 SUV라는 해리티지를 잘 살려 나간다면 2.2로 업그레이드 된 렉스턴W와 코란도 투리스모, 코란도C가 나름 각자의 영역을 구축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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