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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본차 부활’ 정말인가?…숫자 속 숨겨진 진실은

  • 기사입력 2015.06.19 09:49
  • 최종수정 2015.06.22 15:59
  • 기자명 신승영 기자

[오토데일리 신승영 기자] 최근 수입차 시장에 일본차 부활 혹은 강세란 내용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언뜻 판매 증가율만 본다면 맞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일본차를 직접 판매하는 이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 (출처: KAIDA)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수입차 전체 등록대수를 살펴보면 전년동기대비 25.0%의 증가율을 보였다. 
  
지역별로 같은 기간 미국이 가장 높은 34.7%의 판매 성장율을 기록했으며 일본은 27.9%, 유럽은 23.7%를 각각 달성했다. 
 
일본차 판매 증가율은 수입차 전체 평균을 웃돌았지만, 그 차이는 2.9%포인트(p)에 그쳤다. 유럽차는 시장 평균보다 1.3%p가 낮았지만, 아무도 부진하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이미 수입차 시장의 80%가 유럽차이기 때문이다. 판매 증감율만 따진다면 미국차가 가장 높았다. 
  
국가별로 따진다면 일본차의 판매 성장세는 오히려 하위권이다. 프랑스(전년比 +96.1%), 스웨덴(+63.5%), 영국(+53.6%) 등 ‘비(非)독일계 유럽차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시장점유율 70%를 기록한 독일차를 제외한다면, 일본차 성장세는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탈리아에 이어 밑에서 두 번째다. 
  
즉, 전반적인 수입차 판매가 급증한 가운데 일본차 역시 시장 평균 수준을 유지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출처: KAIDA)

올해 수입차 등록대수에서 주의 깊게 봐야할 숫자는 판매 증감율이 아닌 시장점유율이다. 
 
수입차 시장에서 대부분의 브랜드가 두 자릿수 판매 성장율을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판매 증가율만 본다면 캐딜락(+193.0%)과 시트로엥(+95.2%) 등이 월등하다. 그러나 두 브랜드의 경우 실제 늘어난 시장점유율은 0.1%p~0.15%p 수준에 그쳤다. 이 같은 판매 증가율은 단순한 기저효과에 불과하다.
  
BMW·메르세데스-벤츠·폭스바겐·아우디 등 독일차 4사(社) 점유율은 70.38%에서 66.89%로 3.49%p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차 점유율은 0.27%p 밖에 늘지 않았다. 
 
오히려 푸조(+0.88%p), 랜드로버(+0.68%p), 포르쉐(+0.53%p), 미니(+0.49%p), 볼보(+0.43%p) 등의 상승세가 돋보인다. 이들이야말로 압도적인 독일차 4사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름의 성장을 실천했다.

▲ 2006년부터 2015년 6월까지 엔화 추세 (출처: OANDA)

그렇다면 일본차의 현 상황은 어떠한가? 
 
먼저, 엔저 효과에 따른 실적 개선 및 수익성 확보는 입증하기가 어렵다. 
 
일본차 업계는 지난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지독한 엔고를 겪으며 제품 수입선의 다변화와 결제통화 변경을 단행했다. 라브4·프리우스·ES300h·Q50 등 일본에서 직접 수입되는 차량도 있지만, 캠리·어코드·알티마·CR-V·캐시카이 등 인기 모델은 미국과 영국에서 생산 수입된다.
 
특히 한국토요타와 혼다코리아는 달러화로, 한국닛산은 원화로 각각 결제통화를 바꿨기 때문에 엔저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다.
  
일본차에 주목할 점은 겉으로 드러난 판매대수나 시장점유율이 아니다. 일본차는 최근 독일차를 비롯한 여타 수입차와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본차 업체들은 이르면 이달 혹은 다음달 중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결산결과를 발표한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일본차 업체들이 최소 50억원에서 최대 300억원에 이르는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분명, 일본차는 매출이나 판매량과 같은 외적 팽창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측면에서는 지난해 흑자전환이 기대된다. 
 
렉서스를 필두로 일본차 전반에 걸쳐 ‘당장 많이 팔겠다’는 생각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스스로 가격 할인 및 프로모션을 자제하고 기존 제로섬(zero-sum) 게임에서 탈피해 브랜드의 질적 성장과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에 주력했다. 
 
올해도 재고가 많은 일부 비인기 차종을 대상으로 현금 할인을 진행할 뿐, 저리 할부 프로모션 외 특별히 눈에 띄는 지원 및 혜택이 없다. 
  
일본차는 수입차 시장을 좌우하던 과거의 영광보다 미래의 생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은 놈이 강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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