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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5사, 올해 경영평가 결과는?

현대·기아·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 리더십 스타일이 승부를 갈랐다

  • 기사입력 2014.12.31 01:32
  • 최종수정 2015.01.02 09:24
  • 기자명 신승영 기자

[편집자 주] 2014년 자동차 업계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사상 첫 글로벌 800만대 도전과 역대 최대 판매 기록 경신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내수 시장, 그리고 연 20만대에 육박한 수입차시장까지 역사적인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환경적으로 원고엔저 등 환률로 인한 수출 부문 타격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이 대폭 줄어드는 위기를 맞았다. 내부적으로는 수 많은 논란 끝에 저탄소세협력금제의 시행 연기와 싼타페·코란도 스포츠 등 일부 차종의 연비 과장 논란, 그리고 이에 따른 집단 소송 등도 큰 관심을 모은 한 해였다.
 
오토데일리는 2014년 한 해를 돌아보는 의미에서 국산 및 수입차 업체별 실적과 함께 주요 신차의 소비자 반응, 그리고 내적인 성숙도와 경영진의 리더쉽에 대한 평가 내용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한국지엠 세르지오 호샤 사장, 르노삼성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 쌍용차 이유일 사장

[오토데일리 신승영 기자] 올해 국산차 업계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 정부 규제는 보다 엄격해졌으며, 높아진 소비자 안목과 수입차의 거센 공세에 흔들렸다. 노사 갈등과 환율 변동 등 기업 안팎으로 경영여건의 불확실성도 심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완성차 5사(社)는 완만한 내수 경기 회복과 경쟁력을 갖춘 신차를 중심으로 판매증가세를 유지했다. 각 사별 실적과 더불어 경영진의 행보를 살펴봤다.
 
◆ 현대·기아차, 글로벌 800만대·한전 부지 매입…그 결과는?
 
최근 수년간 질적 성장을 강조해온 현대·기아차가 올 연말 갑작스레 양적 성장으로 기조를 틀었다. ‘글로벌 800만대’는 분명 화려한 숫자지만, 실속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국내외 시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품질 문제와 연비 과장 사태로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경영철학인 ‘품질경영’을 비웃기라도 하듯, 세계 곳곳에서 리콜 및 시정 발표가 줄을 이었다. 때문에 안전을 중심으로 제품에 대한 기본기가 한층 강조됐으며, 품질과 브랜드에 대한 관리 중요성이 높아졌다.  
 
당초 올해 현대·기아차의 판매 목표 대수는 786만대(현대 490만대 기아 296만대)로 책정됐다. 당시 외부에서는 ‘다소 보수적인 수치’란 평가를 내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 ‘SUV 및 고급차 중심의 평균판매단가(ASP) 개선’, ‘제값받기 정책’, ‘내실 경영’ 등을 내세우며 질적 성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 
 
실제로 내수 시장에서 신형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고급차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 해외에서는 SUV 및 RV 판매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강남 도산사거리에 현대모터스튜디오를 오픈하고 국내영업본부를 대치동으로 옮기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 활동을 활발히 진행했다. 고질적인 노사 갈등으로 주요 인기 모델의 공급 문제가 발생했으나, 견고한 판매 증가세를 유지했다. 세계 각국의 위치한 생산 기지들이 쉴 틈 없이 가동됐다.
  
그러나 지난달 ‘글로벌 800만대 판매’란 새로운 과제가 갑작스레 주어졌다. 정몽구 회장의 지시한 목표다. 
   
11월까지 판매량을 살펴보면 현대차는 448만6772대, 기아차는 275만8840대를 각각 기록했다. 총 판매량은 724만5612대로, 목표 달성을 위해 12월 한 달간 75만5천여대 이상을 판매해야 한다.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지만, 문제는 수익성이다. 현대·기아차는 11월과 12월 국내외 시장에서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이 진행했다. 내수 시장에서는 최대 300만원이 넘는 파격적인 할인 조건을 내걸었다. 미국에서도 판매 인센티브를 30% 이상 늘렸다. 사실상 제값받기 정책이 무너졌다. 판매가 늘어도 남는 것이 없다.
 
특히 올해는 원화 강세로 인한 수익성 압박이 극심하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각각 1조원씩 감소했다. 파격적인 할인 판매가 이뤄진 4분기 실적은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자동차 사업 뿐만 아니라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 매입도 논란의 대상이다. 감정가(3조3346억원)보다 3배 이상 높은 10조5500억원에 낙찰 받았다. 기부체납 및 세금 등 비용을 더할 경우 부지 매입에만 13조원 가량을 사용하게 된다. 
 
800만대 판매는 글로벌 선두 업체 도약의 기반으로 간주된다. 글로벌 비지니스 센터를 위한 한전 부지 매입은 정몽구 회장의 오랜 숙원이자 소명 사업이다. 정 회장은 기아차 인수를 비롯해 미국 현지공장 건설, 일관제철소 설립, 현대건설 인수 등 여러 차례 과감한 결정으로 지금의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올해의 결정 역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할 수 밖에 없다.
 
◆ 한국지엠, 가능성과 한계 동시 확인…노사 갈등 불씨 여전 
 
한국지엠은 올 한해 내수 판매의 성장 가능성과 더불어 해외 시장 개척의 한계를 동시에 확인했다. 
  
한국지엠은 1월부터 11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13만6272대를 판매했다. 별 다른 신차 출시 없이 2.3%의 견고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사실 올해 내수 시장에서 악재가 더 많았다. 다마스·라보의 생산 중단 여파는 예상 외로 컸다. 기대했던 말리부 디젤도 엔진 결함으로 초기 판매가 부진했다. 내수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는 스파크는 내년 풀 체인지를 앞두고 판매량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긍정적인 모멘텀을 이어왔다. 때문에 내년 크루즈와 스파크 등 신차 출시에 따른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한국지엠 판매·서비스·마케팅 부문 마크 코모 부사장 역시 내년 실적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나타낸 바 있다
  
반면 수출 부문에서는 유럽 시장 철수 여파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말 제너럴 모터스(이하 GM)는 오펠과 복스홀을 중심으로 유럽 사업부를 재편하고,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한국지엠의 유럽 수출길은 끊어지게 됐다. 한국지엠의 유럽 수출 물량은 연 18만6천여대(2012년 말 기준)로, 전체 수출의 20%에 해당한다. 
  
지난 11월까지 수출 대수는 전년동기대비 23.9% 급감한 43만7245대에 그쳤다. 크루즈·캡티바 등 수출 물량을 생산하던 부평2공장과 군산공장의 가동률은 크게 떨어졌다.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후 노동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일부 생산 라인은 주 3일 근무가 진행됐다. 구조조정 등 고용 불안에 따른 현장 분위기가 험악하다.
    
한국지엠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올해 당근과 채찍을 모두 꺼내들었다.
  
새로운 수출 물량을 확보하는 노력을 보였다. 내년부터 부평서 생산된 트랙스를 미국으로 수출한다. 연 10만대 수준의 대미(對美) 수출 물량을 연 15만대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1월 북미 시판에 맞춰 초기 물량이 이미 선적됐다. 이어 군산에서 생산된 올란도를 CKD 방식으로 우즈베키스탄에 수출한다. 약 1만대 내외 물량이다.
    
하지만 유럽 수출 감소분을 모두 상쇄하지는 못했다. 사측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의 합리화를 이유로 부평 1·2공장 통합과 군산공장 1교대제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내년 치열한 노사 갈등이 예상된다. 
  
호샤 사장의 입장에서 운신의 폭이 제한적이다. GM의 글로벌 전략 아래에서 내수 판매를 늘리고 생산 경쟁력을 높이는 수 밖에 없다. 
 
◆ 르노삼성, 프로보-박동훈-오직렬 ‘삼각편대’ 시너지
 
르노삼성자동차는 올 한해 내수와 수출 모두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올해 11월까지 내수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33.7% 급등한 6만9640대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수출은 16.9% 증가한 6만5503대를 달성했다. 
 
내수에서는 B세그먼트 SUV 시장을 개척한 QM3를 비롯해 SM3 네오·QM5 네오·SM7 노바 등 새롭게 얼굴을 바꾼 차종들이 두 자릿수 판매증가세를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주력 모델인 SM5도 디젤 모델을 선보이며 하반기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출 부문에서는 QM5가 월 4000대 이상 꾸준히 판매됐다. 특히 닛산 신형 로그의 북미 수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매월 7000~8000대 수출 물량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생산 현장으로 이어졌다. 잔업 및 특근이 중단됐던 지난해와 사뭇 대조된다. 작년 11월 내수 침체와 수출 물량 감소로 잔업을 중단했던 부산공장은 올 10월에서야 주·야간 잔업과 주말 및 휴일 특근을 재개했다. 
 
올 한해 르노삼성의 행보에는 지난해 영입된 박동훈 영업본부장(부사장)의 활약이 돋보인다. 폭스바겐코리아 대표이사를 역임한 박 부사장은 기존 직영영업점을 대리점으로 전환하는 조직 개편을 가속화하는 한편, 판매 현장을 직접 방문해 영업 조직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또한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색다른 광고 마케팅 등 전략으로 제한된 제품군을 효과적으로 판매했다는 평가다.
 
새롭게 수혈된 박동훈 부사장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면, 오직렬 제조본부장(부사장)은 조직의 중심을 잡았다. 물론, 올해 노조의 부분 파업과 임단협 1차 잠정합의안 부결 등 갈등이 존재했다. 그러나 오 부사장은 생산 현장의 중심에서 조직을 다독이고, 경영진과의 소통에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전달했다. 생산량 확대에 따른 주말 특근 및 주·야간 잔업을 재개, 그에 따른 품질 유지 및 납기 준수 등 향후 오 부사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박동훈·오직렬 부사장의 활약에는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이 자리잡고 있다. 프로보 사장은 2011년 8월 부임 후 대외 노출이 잦았다. 내부 조직 개편은 물론, 서비스 부문까지 직접 관활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는 영업 및 마케팅 부문까지 직접 지휘했다. 
 
올해 프로보 사장은 르노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해 정부 대관 업무, 협력사와의 관계 증진 등에 보다 집중하는 모습이다. 신차 출시 등 대외 행사와 판매 사업에는 박동훈 부사장을 내세웠고, 생산 현장은 오직렬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큰 틀에서 방향성을 제시하고 실무자 재량권을 확대했다. 제롬 스톨 및 장 마리 위르띠제 전임 사장이 각각 5년 이상 재임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그의 남은 임기가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 쌍용차, 연속된 악재…갈 길 먼 경영정상화
 
쌍용차는 올해 잇따른 외부 악재가 발목을 잡았다. 환율 및 수출 감소와 더불어 통상임금 판결 등으로 올해 적자 폭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쌍용차는 1월부터 11월까지 전년동기대비 3.3% 감소한 12만8067대(CKD 포함)를 판매했다. 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증가한 6만775대를 달성했으나, 수출 및 CKD 부문 실적이 감소했다.
 
판매 대수 감소보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 악화다.
 
쌍용차는 최근 3년간 영업손실 및 순손실액을 줄여왔다. 영업손실은 2011년 1410억원에서 2012년 981억원, 2013년 89억원으로 낮아졌으며, 순손실도 2011년 1128억원에서 지난해 23억원까지 줄었다. 때문에 올해 흑자전환을 달성할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447억원, 누적 순손실은 34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와 비교해 영업손실은 3.3배, 순손실은 24.3배가 늘어난 것이다. 
 
수익성 악화의 최대 요인은 러시아의 통화가치가 급락이다. 러시아 시장은 쌍용차 전체 수출 물량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러시아는 올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와 말레이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 등으로 인해 서방으로부터 강도 높은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화폐가치 폭락, 즉 루블화의 평가절하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대(對)러시아 수출 기업 대부분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 뿐만 아니라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물량 대부분의 수익성이 급락했다.
  
고부가가치의 상위 차종 판매도 부진하다. 코란도C와 코란도 스포츠 등이 판매 대수를 늘리고 있지만, 체어맨과 렉스턴 등 상위 고급차 판매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판매대수는 예년과 비슷하지만, 수익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됨에 따라 연 850억원 규모의 추가 인건비도 부담이다. 대법원으로부터 정리해고 유효 판결을 받았으나, 정치권과 외부 인사의 해고자 복직 압력 또한 회사를 흔들고 있다.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이유일 사장의 심리적 압박감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0년 2월 법정관리인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마힌드라 그룹으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어려운 여건 속에서 회사를 잘 이끌어왔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여전히 회사는 위태롭다. 각종 리스크가 통제 범위 밖에 존재한다.
  
이유일 사장으로서는 특히 한-중 FTA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올해 러시아 수출이 난항을 겪음에 따라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다변화를 모색했다. 대중(對中) 수출 물량은 중국의 높은 수입차 관세(22.5%)에도 불구하고 연 1만대를 넘어선 상태. 그러나 한-중 FTA에서 자동차 산업이 양허제외 품목에 포함됨에 따라 쌍용차의 중국 수출 확대는 사실상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오는 1월 조기 투입되는 티볼리(가솔린)의 성공 여부에 쌍용차와 이유일 사장의 사활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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