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데일리 신승영 기자] 본지에서는 ‘부품 유통망 독과점 대안없나?’, ‘왜 직영센터만 찾을까?’ 등 수입차 시장의 최대 문제점인 정비·수리비 폭리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번에는 수입차 업계와 손해보험 업계 간 치열한 갈등에 대해 살펴봤다.
사실 수입차 정비·수리비 문제는 과거가 더 심했다.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보증기간이 끝난 수입차의 수리비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물론, 당시 수입차 시장 규모는 제한적이었으며 고객층도 수리비에 크게 민감하지 않았다.
이후 수입차 판매가 급증함에 따라 업계 내부에서도 정비 서비스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생적인 노력을 펼쳐왔다.
그러나 최근 3년 간 수입차 수리비에 대한 여론은 더 많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리비 폭리에 대한 심각성은 수입차 고객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입차를 견제하기 위한 국산차의 모략’이라고도 평가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배경에는 손해보험사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3년간 수입차 업계에서 발생한 국회 국정감사, 검찰 압수수색,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 일련의 사태에는 손보사가 존재했다.
보험 업계가 수입차를 압박하는 이유는 수입차로 인해 발생한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수입차 판매가 늘어남에 따라 사고 및 수리 발생도 늘고 지출하는 보험금도 많아졌다.
손보사 입장에서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입차 보험 손해율을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딜러사에서 투명한 수리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보험료 현실화 과정에서 고객이탈이 우려됨에 따라 보험 지급액을 낮추고 수입차 업계를 압박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실제로 손보사 1위인 삼성화재는 수리비가 과다 계상됐다는 이유로 수입차 딜러사에게 수십여 차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바 있다. 물론, 이와 관련된 소송도 줄을 이었다. 삼성화재는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해당 딜러사들은 수리비청구소송을 각각 법원에 제기했다.
일부 손보사는 보험 지급액을 낮추기 위해 딜러사가 청구한 수리비용의 70%만 지불했다. 딜러사도 이 같은 손보사의 할인폭을 고려해 보험수리비를 과다 청구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결국 손보사와 딜러사 간 신뢰가 무너졌다. 청구된 보험 수리비에 대해 끝없는 불신이 이어졌다. 보험료가 할증된 소비자 부담만 늘어났다. 지난해 검찰에서 수리비 과대계상 혐의로, 주요 딜러사의 압수수색까지 나섰다. (당시 검찰 수사는 금융감독원이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앞서 삼성화재가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쪽의 갈등이 여기까지 미치자 손보사에서는 직접 수입차 정비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나섰다.
삼성화재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푸조·시트로엥 공식수입사인 한불모터스와 정비 서비스 계약을 맺고 사고 수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브랜드 공식 서비스센터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보험수리를 진행하고, 한불모터스는 유휴 워크베이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윈-윈(win-win) 구조다.
동부화재·현대해상·LIG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은 새로운 정비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지엠서비스센터협의회에서 만든 수입차 전문 서비스 브랜드 ‘아우토빌(Autovill)’이 그 대표적인 예다. 아우토빌은 현재 대형 보험사 3곳과 정식 계약을 맺고 있다. 손보사들은 SK네트웍스나 아주오토네트웍스, 한라마이스터 등을 통해 부품을 수급하고, 협력업체들에게 정비를 의뢰하고 있다.
마냥 지속될 것만 같던 양측의 갈등은 최근 들어 다소 좁혀지는 모양새다. 수입차 업계에서 ‘아우다텍스(Audatex)’와 같은 공인 견적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 있다.
아우다텍스는 2011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수입차 업계 최초로 도입한 사고 수리 공인 견적 시스템이다. 포르쉐 최대 딜러인 스투트가르트 스포츠카가 올 초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으며, 크라이슬러 강북 딜러인 렉스모터스가 올해 프로그램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포르쉐 일산·대구·대전 딜러인 아우토슈타트와 토요타·렉서스의 일산·분당·강남 딜러 등이 해당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외 미첼(MITCHELL)을 사용하던 BMW 강서·인천 딜러인 바바리안 모터스도 아우다텍스 구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아우다텍스코리아 관계자는 “각 제작사에서 설정한 작업 시간과 정비업체 및 보험사 간 합의한 공임을 입력시켜 상호 신뢰성을 확보했다”며 “소비자가 원하면 언제든 (청구서를)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투명하게 수리 비용이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손보사와 딜러사 간 갈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우다텍스와 같은 공인 견적 시스템도 부품값은 수입사가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기사에서 다룬 부품 유통망의 독과점 문제와 OEM 서비스 보증 지원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