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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토부·산업부·수입차·현대차, 4각 관계 ‘악의 축’은 누구?

  • 기사입력 2014.06.27 20:32
  • 최종수정 2014.10.29 23:19
  • 기자명 신승영 기자
 

[오토데일리 신승영 기자]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6일 자동차 연비 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대 관심사였던 현대차 싼타페를 두고 국토부는 ‘부적합’, 산업부는 ‘적합’ 판정을 내렸다. 부처 간 엇갈린 발표에 ‘콩가루’란 단어가 절로 나왔다. 
 
이어 현대차는 국토부의 부적합 판결을 두고 “유감스럽다”며 “정부의 실패를 기업에게 전가했다”고 표현했다. 이와 별도로 산업부 연비 재조사 결과를 두고 수입차 업계가 “불합리하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 사태 원인은?
 
국토부와 산업부, 현대차 그리고 수입차까지 얽히고 설킨 ‘진흙탕 싸움’이다. 
 
시작은 국토부다. 지난해 국토부는 자기인증제도 전환(2003년) 이후 10년 만에 공인연비 재조사를 진행했다. 그 동안 자동차 연비 표기 및 사후 관리는 산업부의 소관이었다. 국토부가 산업부의 업무 영역을 건드린 셈이다.
 
최근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 갈등은 연비 뿐만이 아니다. 청와대에서 자동차 튜닝 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 사업으로 선정한 뒤, 국토부와 산업부 간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또한 산업부는 환경부와 저탄소협력금제도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결국은 밥그릇 다툼이다. 특히 국토부는 4대강 사업과 건설·부동산 경기침체 이후 리콜과 같은 자동차 관련 활동이 확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연비와 관련해 국토부가 주무 부처가 됐다. 자동차 안전 및 품질은 물론, 연비까지 감독하게 됐다. 
 
◆ 산업부는 왜 다른 선택을 했나?
 
국토부는 ‘2012년 미국에서 발생한 현대기아차의 연비 관련 대규모 리콜’과 ‘소비자의 연비 불만신고 증가’ 등을 이유로 연비검증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산업부의 관리감독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다름없다. 실제로 지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간 국내 시장에서 자동차 표시 연비를 두고 부적합 판정이나 시정조치가 이뤄진 적은 없었다.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뻥연비’ 논란이 확산되자, 비로소 신연비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그쳤다. 
 
때문에 대의명분은 국토부에 있다. 과거 산업부 행적에 따른 불신은 국토부의 행보를 더욱 신뢰하게 한다.
 
산업부가 현대차 싼타페를 두고 적합 판정을 내린 것은, 앞서 언급한 부처 간 갈등에 비롯된 단순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누울 자리 봐 가며 발을 뻗는다’는 말처럼, 산업부 출신 공직자들이 퇴직 후 현대차가 주도하는 기관 혹은 관련 단체로 자리를 옮겨가기 때문이다.
 
90년대 말까지 정몽규 현대자동차 전(前) 회장(現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국내 완성차 대표가 맡아왔던 한국자동차산업(공업)협회 회장직은 최근 산업부 출신들이 연이어 맡고 있다. 김용근 현 회장은 산업자원부 차관보 출신이며, 권영수 전 회장 역시 지식경제부(개편 전) 국장 출신이다.

이외 산업부와 밀접한 기재부, 공정위, 국세청 등 출신들이 현대차그룹 내 사외이사직을 비롯한 여러 관련 자리로 이동했다.
 
물론, 국토부의 권한이 대폭 강화됨에 따라 산업부와 현대차 간 사이가 앞으로 달라질 수 있겠다.
 
◆ 산업부, 왜 수입차인가?
 
산업부의 연비 재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산차와 수입차 간 차별이 의심된다. 국산차 20개, 수입차 13개 중 수입차 4개만 부적합 판정이 내려졌다. 
 
특히 부적합 판정을 받은 4개 차종 중 2개는 산업부 산하 기관에서 직접 연비를 인증받았다. 미니 쿠퍼 컨트리맨은 2010년 당시 한국석유관리원에서 연비 인증을 받고 2012년 사후 검사에도 통과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또한 2012년 한국석유관리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산하 검사 기관에 비용을 지불하고 인증받은 것을 산업부가 다시 뒤엎었다. 특히 그랜드 체로키는 지난해 말 신차 출시를 통해 모델 교체가 이뤄진 차종이다.
  
해당 업체들은 “불합리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브랜드 관계자들은 “그까짓 수백만원의 과태료 문제가 아니다”며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수입차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에서도 반박에 나섰다.
  
산업부 및 평가기관들은 수입차 업체들이 출시 전 실제 판매 모델과 다른 공인연비 인증용 차량을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관계자는 “실제로 판매되는 차량과 인증 차량을 보면 타이어 크기가 작거나 공차 중량이 가벼운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제원과 다른 인증용 모델의 경우 실차 테스트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전했다.
 
◆ 업무 일원화, 국토부서 또 다시 검사? 
 
자동차 연비 사후 관리 업무는 이제 국토부로 일원화된다. 문제는 ‘산업부에서 진행한 검사를 또 다시 할 것인가?’다
   
이번 국토부 재조사는 현대차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국토부의 조사 차종은 10개에 불과했다. 반면, 산업부는 수입차를 포함 33개 차종을 진행했다. 그리고 4개 차종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국토부가 현대차와 쌍용차에게만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해당 업체에서 산업부 조사 결과를 반영해 줄 것을 요청하며, 처벌 내용을 문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과태료를 지급한 수입차 브랜드에게 또 다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이중처벌(규제)도 문제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무 일원화 방침만 결정됐을 뿐 차후 연비 관련 감독과 방침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 소외된 소비자
 
국토부와 산업부, 현대차, 수입차 등 각자의 입장만 치열하게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의 목소리는 제외됐다. 막대한 이권을 두고 정부 부처 간 밥 그릇 싸움을 벌이며 과태료·과징금 등 처벌 만을 운운하고 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자동차를 사고 타고 다니는 소비자에 대한 보상은 아무런 말이 없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정부와 자동차 업체 모두가 같은 편으로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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