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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현대차 유럽 부진, 무엇이 문제인가?

유럽서 나홀로 감소세…환율관리·제품경쟁력·시장전략 등 위협 산재

  • 기사입력 2014.05.21 19:22
  • 최종수정 2014.05.23 15:46
  • 기자명 신승영 기자
 

[오토데일리 신승영 기자] 현대차가 유럽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유럽 자동차 시장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만 홀로 부진한 모습이다. 현대차가 유럽에서 직면한 문제점들을 살펴봤다.

사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실적 하락 조짐을 보였다. 작년 유럽 30개국에서 42만293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12년보다 2.7% 감소한 성적이다.

올해 누적 판매 실적은 전년동기대비 1.6% 감소한 14만4556대다. 같은 기간 유럽 신차 판매는 7.1% 급증한 448만3077대를 기록,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대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3.2%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유럽을 직접 방문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경쟁을 준비하자”고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4월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4.1% 감소했다.

◆ 일본차 공세 ‘속수무책’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 판매가 떨어진 반면, 일본차 판매는 급증했다.

토요타는 올해 유럽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7.4% 증가한 19만3567대를 판매했다. 닛산도 같은 기간 10.0% 상승한 16만8152대를 기록했다.

스바루와 마쯔다도 각각 전년대비 16.9%와 27.6%의 높은 성장세를 달성했다. 미쓰비시(+8.6%) 등 일본차 업체들은 시장 평균보다 더 높은 판매 증가율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제품군과 C세그먼트 이하 소형차 판매를 적극 늘렸다. 닛산는 쥬크 등을 필두로 SUV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일본차들이 유럽 시장에서 활개 치는 배경에는 엔화 약세가 자리 잡고 있다. 엔저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각 업체별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함에 따라 마케팅 및 프로모션 자금도 풍부하다.

이와 반대로,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원화강세 등으로 경상이익 및 순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1.9%, 2.9% 감소했다. 환율 변동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는 만큼 자금 운영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 신차 경쟁력 상실

 

더 큰 문제는 신차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9월 선보인 신형 i10의 판매 성적이 기대 이하에 머물고 있다. 유럽전략차종인 신형 i10은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이 터키 공장을 방문해 직접 양산 과정을 점검하는 등 많은 정성을 쏟았지만 유럽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신형 i10 판매가 부진한 이유는 가격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구형 i10은 유럽에서 ‘저렴하고 튼튼한 차’,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 ‘타면 탈수록 만족도가 올라간다’ 등의 호평을 받았다.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만큼 가격경쟁력이 압도적이었다.

영국에서 약 7000파운드에 판매된 구형 i10은 지난 2009년 영국 정부의 폐차보조금 정책이 실시될 당시 4995파운드까지 구매 가격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신형 i10 가격은 최저 8500파운드에서 1만500파운드로 책정됐다. 엔트리 모델을 기준으로 260만원이나 인상된 것이다.

인도에서 터키로 생산지를 옮기며 품질은 개선됐지만, 소형차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경쟁력을 상실했다.

상대적으로 폭스바겐의 스코다(SKODA)와 르노의 다시아(DACIA) 등은 올해 평균 20~40%대 판매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현지 메이커들은 장기 불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컨드 브랜드를 중심으로 철저히 저가·소형차 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만약 현대차가 ‘제값받기’와 ‘고급화’ 전략을 내세워 i20 후속 모델까지 가격을 대폭 올린다면, 신형 i10과 같은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유럽 시장 전략 부재

 

당초 현대차그룹은 올해 유럽 자동차 시장이 2013년 대비 2.5% 증가한 1244만대로 예상했다. 이에 맞춰 현대·기아차의 유럽 판매 목표도 전년대비 1% 증가한 75만4천대로 책정했다.

하지만 올해 유럽 시장은 지난해보다 7.1% 급증한 448만3077대를 기록,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전망에 실패한 것이다.

앞서 현대차 측은 1분기 경영실적 발표회에서 “현재 유럽 시장은 주요 업체 간 판촉경쟁 심화에 따라 인센티브가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라며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것보다 기업 수익성을 우선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그룹 계열사인 기아차의 실적과 비교한다면 이치에 맞지 않다. 현대차와 같이 ‘질적성장’ 기치를 내건 기아차는 올해 유럽 시장에서 전년대비 6.6% 증가한 12만734대를 판매했다.

기아차의 경우 작년 9월 유럽법인장을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별 다른 신차 투입 없이도 꾸준한 판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유럽 시장에 쏘나타와 제네시스 등 D세그먼트급 이상 중대형 신차를 출시한다.

사실상 두 모델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는 있지만, 유럽 판매를 견인하는 볼륨 모델은 아니다. 특히 유럽전략차종으로 출시된 i40의 성적을 생각한다면 쏘나타에 대한 기대감은 훨씬 떨어진다. 제네시스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안방인 유럽에서 분명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 데이터 자료: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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