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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中시장, 외국계 설 자리 좁아져…현대차 4공장, 어떻게 될까?

잠재적 위험에도 포기할 수 없는 중국 시장, 어려운 판단에 내몰려

  • 기사입력 2014.05.12 19:51
  • 최종수정 2014.05.14 11:44
  • 기자명 신승영 기자
▲ 요아킴 로젠버그 볼보그룹 트럭부문 아·태 총괄 사장 (사진=오토데일리)

[오토데일리 신승영 기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외국계 업체들의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환경 및 산업 규제, 신규 투자 제한 등 중국 자동차 정책 변화의 배경을 살펴봤다.

현대차그룹은 1년 넘도록 추진한 중국 제 4공장 건설이 지지부진하다. 지난 3월 정몽구 회장이 직접 충칭시를 방문해 쑨정차이(孫政才) 서기와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전략합작 기본협의서까지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는 지난 20년간 현대차그룹 중국 사업을 총괄한 설영흥 부회장이 갑작스레 자리에서 물러난 일과 무방하지 않다.

작년 1월 둥펑(東風)자동차와 합작 계약을 맺은 볼보트럭 역시 1년 넘도록 추가적인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달 12일 신제품 런칭 행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요아킴 로젠버그 볼보그룹 트럭부문 아·태 총괄 사장은 “올해 1월 전국 개발 및 개혁 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았다”며 “(중국 정부로부터) 몇 개의 다른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수개월 내 완료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중국 정부로부터 그 ‘몇 가지’ 승인을 받아내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심지어 현지 제작사인 지리자동차의 리수푸(李書福) 회장도 중국 정부의 외국계 업체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물론, 그의 발언은 지리자동차가 인수한 볼보(승용차 사업부)가 중국 진출에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 중국 시장 1위 탈환에 나선 제너럴 모터스(이하 GM)도 오는 2015년까지 연 500만대 생산 목표를 수립했지만, 추가 증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정말 공급과잉이 문제일까?

▲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설영흥 前 부회장 (제공=현대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중국사업단의 현지 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 같은 흐름은 이미 2011년부터 본격화됐다. 중국은 자동차를 포함,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서 외국계 기업의 신규 투자를 막고 정부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

중국 제 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11~2015)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산업 구조조정 계획을 살펴보면, 자동차 산업은 오는 2015년까지 인수 합병 등을 통해 4~5개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된다.

실제로 작년 10월 중국 정부는 자동차 제작사에 대한 특별 공시를 발표하고, 48개 중국 현지 생산 업체에 대한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지시했다. 해당 업체가 2년 동안 구조조정을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내수 시장에서 퇴출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가 해외 투자를 막고 자국 산업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생산량은 수출 및 판매량을 10만대 이상 초과했다. 중국 현지 메이커들은 2010년을 정점으로 공장가동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독자 브랜드는 공장가동률이 60%에도 못미친다.

그러나 이 같은 공급과잉 현상을 두고 이견도 존재한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는 중국의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2012년 81대에서 2020년 170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서부대개발 등 인프라 개발에 필요한 상용차 시장의 확대와 평균 소득 증가에 따른 SUV 및 고급차 판매 증가 등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외국계 기업의 진입을 막고 소수의 현지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을 재편하는 것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자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작년 유럽 국가 최초로 스위스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데 이어 지난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가능성을 시사한 리커창 중국 총리의 발언 등을 살펴보면, 경쟁력을 갖춘 중국 자동차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위용을 떨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 중국 투자 확대 ‘난제’

▲ 베이징현대 제 3공장 전경 (제공=현대차)

그럼에도 중국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자동차 보급률은 8%대에 불과하지만, 15억의 인구는 중국을 단일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만들었다. 북미(77%)나 EU(55%)의 자동차 보급률을 고려한다면 잠재력과 기회는 무궁하다.

때문에 최근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기술 유출과 같은 높은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볼보트럭과 합작 협약을 체결한 둥펑자동차는 합작사 지분 55%와 이사장 및 이사 총원의 과반 이상을 확보했다. 특히 합작사는 볼보트럭에게 기술양도비를 지불할 필요가 없으며, 볼보트럭의 의견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해외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작년 11월 토요타는 중국제일기차(FAW), 광저우자동차 등과 함께 하이브리드차를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그 동안 기술 유출 등을 이유로 배터리와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 핵심 부품을 일본에서 생산해온 토요타가 결국 중국에서 핵심 부품과 제어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만, 현대차 중국 4공장의 경우 사안이 다르다. 중국 정부는 현대차가 ‘징진지(京津冀) 일체화 발전 사업’의 한 축인 허베이에 공장 설립을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징진지는 주산자오(珠三角·주장삼각주), 창산자오(長三角·창장삼각주)와 더불어 3대 경제구역으로 꼽히지만, GM과 르노, 혼다 등 경쟁이 매우 치열한 지역이다.

현대차 입장에서 썩 내키지 않는다. 현대차는 서부내륙 대개발의 중심지인 충칭에 진출해 잠재력이 풍부한 시장을 공략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일정 대가를 치뤄야 하는 시장 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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