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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국위기, 사드(THAAD)만의 문제인가? 中 차업체들 급성장이 더 큰 문제

  • 기사입력 2017.09.05 13:48
  • 최종수정 2017.09.05 17:18
  • 기자명 이상원 기자
현대자동차의 중국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근본적인 경쟁력 저하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 현대자동차의 중국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근본적인 문제가 사드(THAAD)만의 문제가 아닌 중국 토종자동차업체들의 대두로 경쟁력 자체가 상실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승용차협회(China Passenger Car Association) 통계에 따르면 베이징현대의 월 1-7월 판매량은 41만5천 대로 전년 대비 40% 가량이 감소했다.

지난 4월 사드문제로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산 차 불매운동이 시작되 이후 매월 40-50%의 판매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중국에서 가동 중인 4개 완성차 공장이 지난 8월 말 일주일 이상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부품 공급업체인 플라스틱 옴니움(Plastic Omnium)이 현대차가 지불을 연기한 총 1억1천만 위안(189억2,800만 원) 때문에 연료탱크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베이징현대측은 이에 대한 진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서울 양재동 본사는 대금 지불 지연은 중국에서의 판매부진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의 합작 파트너사인 베이징기차(BAIC)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제출된 문서에서 '공급 중단건이 해결됐으며 영향을 받은 공장들도 가동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가 장기적인 위기에 시달리면서 현지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는 등 중국사업이 심각한 상황에 노출되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어 베이징현대의 창저우(常州) 공장도 공기흡입구인 에어인테이크 부품을 공급하는 독일계 업체인 창춘커더바오가 밀린 납품대금 지급 문제로 납품을 중단하면서 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있다.

베이징현대의 극도로 부진한 판매가 공장 가동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현대는 중국에 5개의 조립공장을 건설, 연간 160만 대 이상의 차량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홍콩의 투자은행은 '베이징현대가 낮은 가동률로 빠른 시일 내에 실적을 끌어 올릴 수는 없으며 이같은 불리한 상황이 중기적으로 완화 될 수 없다면, 현대차 브랜드는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판매되고 차량들도 엄청난 덤핑 판매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있어 본사까지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지 분석가들은 따르면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으며, 정상수준으로 회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에서 연간 100만 대 이상 차량를 판매하는 최초의 글로벌 브랜드 중 하나로, 2016년에는 베이징현대 판매량이 사상 최고치인 114만 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 초부터 판매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지난 4월 한국정부의 사드 도입계획 발표 이후 중국 소비자들의 반발로 인해 침체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베이징현대는 2017년 중국시장 판매 목표를 당초 125만 대에서 80만 대로 축소 조정했다.

일부에서는 현대차의 중국 위기 원인중 하나로 잘못된 라인업을 꼽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18개 모델 중 겨우 4개만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SUV 부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자동차협회(China Association of Automobile Manufacturers)의 통계에 따르면 1-7 월까지 중국에서 전년 동기대비 17%가 증가한 521만 대의 SUV가 판매됐으나 다른 모든 세그먼트는 같은기간 모두 하락했다.

즉, 세단 위주로 라인업을 운영해 온 현대차가 시장수요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내년 초에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중국시장에 도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독일차를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상태여서 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가 추락하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지리(Geely)와 장성기차(Great Wall Motor)를 포함한 중국 토종 자동차업체들이 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두 자동차업체는 모두 글로벌 자동차메이커들과 경쟁하기 위해 하이 엔드급 브랜드를 공개하고 있다.

장성기차의 웨이(Wey) 브랜드는 이미 2개 차종이 출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지리자동차도 스웨덴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볼보로부터 기술을 백업받아 올해 말 ‘Lynk & Co 브랜드’로 첫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지리자동차의 리슈푸(Li Shufu) 회장은 지난 3월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 브랜드는 아직 품질면에서 한국 브랜드보다 좋지는 않지만 이미 이미 훌륭한 상태”라며 “일본 브랜드도 1-2 년 내에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중국 자주메이커들의 약진은 알려진 것 이상이다.

특히,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신에너지자동차(NEV) 부문에서는 중국계 메이커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계에 비해 기술수준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온 중국 자주브랜드들이 약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지난해 신차 판매대수는 2,800만 대를 넘어섰다. 이는 전 세계 판매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단연 세계 1위시장이다.

특히 중국계 메이커의 점유율은 수년 전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보여 왔으며 올해 1-4월 기간에는 전체의 약 35%를 차지했다.

한 때 유럽계가 중국시장 최대 점유율을 자랑했지만 최근에는 침체가 이어지면서 24%까지 떨어졌고, 일본계도 여전히 20%선에 그치고 있다.

차종별로는 SUV의 인기가 높아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도 중국 민족계가 우세하다.

중국계의 최고 판매대수는 1984년에 설립된 민영 기업인 장성기차이며 놀랍게도 중국 SUV 상위 10개 차종 중 6개 차종이 중국 민족계다.

중국의 친환경차(NEV) 생산은 지난해에 51만700 대로 전년대비 50% 이상 대폭적인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국정부는 중장기 계획에서 2025년까지 전체 신차 판매대수의 20%를 NEV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여기서도 눈에 띄는 것이 중국 민족계 자동차업체다. BYD와 치루이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衆泰기차 등 신흥 자동차기업들의 부상도 두드러진다.

중국 민족계 자동차는 싼 가격을 앞세우고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SUV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30세 이하의 젊은 수요층의 구매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데 중국 민족계는 이러한 새로운 수요층을 사로잡고 있다.

또, 엔진부문에서도 기존에는 중국 민족계와 외국계 사이에 압도적인 기술격차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신규로 진입한 중국 민족계 메이커도 몇 년 지나지 않아 외국계 못지않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엔진 부품의 모듈화가 진행돼 기술적 차이를 커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자동차는 모듈화가 한꺼번에 진행된다.

때문에 중국 민족계는 앞으로도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서 서게 될 전망이다. 때문에 중국 민족계메이커와 확실한 차이를 보이지 못하는 한 현대차는 중국에서 힘든 싸움을 이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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