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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은 되고 준중형은 안돼? 신형 크루즈 왜 안통할까

  • 기사입력 2017.05.29 13:52
  • 최종수정 2017.05.30 10:46
  • 기자명 이병주 기자
 

[오토데일리 이병주기자]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출고가 이뤄진 신형 크루즈. 

신형 크루즈는 3월 2,147대, 4월 1,518대가 판매됐다. 차량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준중형 세그먼트 신차 임에도 신차효과를 전혀 못누리고 있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기함 EQ900이 월 평균 1천 대 이상씩 판매되는 것을 미뤄보면 상당히 저조한 판매량이다.

3월 14일부터 1호차 출고가 시작됐기 때문에 2천 대를 넘긴 3월 판매량 또한 온전한 기록이 아니다. 1,200여 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구형 크루즈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쟁모델인 현대차 아반떼는 같은 기간 각각 7,000대, 8,265대가 출고됐다.

신형 크루즈는 준중형 모델이지만 중형 세단 현대 쏘나타의 플래그십 2.0 터보부터 적용되는 R-EPS(렉타입 전동식 스티어링), 정차 및 출발시 엔진 시동 여부를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톱엔 스타트, 차체 74%에 적용된 초고장력 및 고장력 강판, 기존 모델 대비 110kg 경량화된 차체 등이 기본 적용됐다.

여기에 경쟁모델 대비 더욱 우수한 파워트레인이 탑재 된다.

크루즈 및 아반떼 모두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나, 경주장에서 확인해본 결과 신형 크루즈의 변속기가 스포츠 주행에 더욱 적합했다.

길게 뻗은 직선 도로 뿐만 아니라 급선회 구간 등 다양한 코너를 공략하는 경주장 특성상 스로틀을 모두 개방하거나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을 상황이 빈번히 일어난다.

이 때 높은 엔진회전수(RPM)가 유지돼야 더 빠를 뿐만 아니라 더욱 재밌는 드라이빙이 된다.

크루즈의 변속기는 이 곳이 경주장인 것을 인지하는 듯 스포츠 모드시 RPM이 레드존에 도달해도 다음 단으로 변속 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유지된 RPM은 더 많은 파워를 발휘하기에 용이, 더욱 빠른 속도로 코너 탈출이 가능하다.

반면, 아반떼는 차가 단순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으로 착각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주행 환경은 고려치 않고 레드존 근처에 가면 무작정 변속을 시도했다. 낮아질 대로 낮아진 엔진 회전수를 살리기 위해 수동모드를 적극 사용, 아반떼가 생각하는 단보다 2단계 낮은 단수를 고집했으나 상당히 뒤늦게 변속이 이뤄저 답답한 코너 공략이 이어졌다.

신형 크루즈는 똑똑한 변속기에 터보 엔진이 더해져 더욱 재밌는 스포츠 주행을 선사한다.

아반떼는 1.6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신형 크루즈는 1.4리터 싱글터보 가솔린 엔진이 기본 탑재된다. 아반떼는 최고출력 132마력, 최대토크 16.4kg.m를, 신형 크루즈는 최고출력 153마력, 최대토크 24.5kg.m를 발휘한다. 마력은 21마력, 토크는 8kg.m정도 차이가 난다. 

터보엔진과 자연흡기 엔진은 단순 파워 차이만 나는 것이 아니다. 자연흡기 엔진은 RPM이 상승할 수록 파워가 증가하는 반면, 터보 엔진은 낮은 엔진회전 구간에서도 최대토크가 발휘된다. 

때문에 연비까지 유리하다. 파워가 아반떼보다 높은 크루즈는 1리터당 13.5km를, 아반떼는 13.1km 주행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크루즈의 판매량은 출시된지 2달 된 모델로는 보기 힘든 낮은 신차효과를 누리고 있다.

신형 크루즈의 주행성능은 아반떼보다 월등히 뛰어나지만 기본 가격이 높고 일부 편의 옵션이 부실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반떼의 기본 가격은 1,420만 원, 크루즈는 1,690만 원이다. 아반떼의 기본가격은 자동변속기가 빠진 수동변속기 모델로 150만 원의 자동변속기 추가시 1,570만 원으로 크루즈와 약 120만 원으로 좁혀진다.

총 5가지 트림으로 판매되는 아반떼와 크루즈는 기본 트림 외 다음 등급부터 각각 300만 원, 326만 원, 294만 원, 184만 원 크루즈가 더 비싸다.

1,990만 원의 LT 트림부터는 200마력을 발휘하는 고성능 아반떼, 아반떼 스포츠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기도 하다.

기본 모델간 가격대 형성은 기본적으로 터보 모델이 더 많은 부품이 사용되기 때문에 값이 비싸고 기본 아반떼 대비 주행성능이 월등하기 때문에 수긍이 간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이동수단으로 저렴한 차량을 찾는 소비자에게 굳이 퍼포먼스라는 부분으로 값을 올린 것은 먹히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지엠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 새로운 시장층을 공략하기 위해 가격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신형 크루즈는 기존에 판매되는 준중형 모델보다 상위 제품으로 보다 고급스러운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동급 모델을 고급화전략으로 판매하는 정책은 비단 한국지엠만 실행하는 요상한 전략이 아니다.

지난해 3월부터 판매된 르노삼성 SM6 또한 고급화전략이 가미된 모델 중 하나다. SM6는 지난해 1·2월을 제외한 10달 만 판매됐음에도 자가용 등록대수 5만 431대를 기록, 3만 5,023대의 쏘나타를 압도했다.

SM6와 쏘나타도 가격차이가 상당히 난다. 가장 기본이 되는 2.0 자연흡기 모델의 경우 쏘나타와 SM6 모두 4개 트림으로 구성된다. 

기본 가격은 쏘나타가 2,255만 원, SM6가 2,440만 원으로 SM6가 185만 원 비싸다. 기본형 다음 등급부터 130만 원, 155만 원, 127만 원 씩 SM6가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가장 상위 라인업인 쏘나타 2.0 터보와 SM6 1.6터보 간에도 가격 차이가 벌어진다. 파워가 오히려 낮은 SM6 1.6 터보 쪽이 오히려 더 비싸다. 기본 등급이 백 만원 가량 차이난다.

르노삼성 SM6는 모든 라인업이 상위 트림 RE가 더 잘팔린다. 대당 판매 가격에서 쏘나타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M6는 여전히 잘팔린다. 현대차가 풀체인지 수준의 변화를 꾀한 '쏘나타 뉴라이즈'를 선보였음에도 SM6의 기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쏘나타 뉴라이즈가 출시된 3월과 지난달 4월 출고대수는 8,293대. 같은 기간동안 SM6는 8,434대를 기록했다. 쏘나타 뉴라이즈는 지난달 9천 여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중 절반은 기존 LF 쏘나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지엠 쉐보레의 신형 크루즈는 출시 초반부터 오명을 쓰고 태어났다. 결함이 있는차, 비싼차 등 안좋은 수식어는 모두 갖고 있다.

보다 완벽한 제품 출고를 위해 출시를 늦췄던 것이 사전계약 고객 상당수 이탈로 이어졌고, 현재 판매량까지 주저앉았다. 신모델임에도 2년 된 경쟁차 아반떼의 1/3에도 못미친다. 

비슷한 케이스의 SM6는 승승장구 중이다. 올해 판매량이 쏘나타와 1만 대 가까이 차이나지만 쏘나타는 영업용 렌트카와 택시가 모두 합해진 판매량으로 순수 자가용 대수에서 여전히 더 많은 등록 대수를 기록 중이다.

오명만 벗는다면 신형 크루즈가 아반떼에 비해 이렇게 형편없는 판매량을 기록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아반떼 스포츠만큼 딱딱한 주행성능은 원치 않으나, 좀 더 좋은 준중형을 찾는 소비자도 있기 마련이다.

한국지엠은 신형 크루즈의 판매량을 끌어 올리기 위해 최장 72개월 할부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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