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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보다 시장 3배 작은 한국, 벤츠·BMW는 더 많이 팔린다?

  • 기사입력 2017.05.16 16:16
  • 최종수정 2017.05.17 10:05
  • 기자명 이병주 기자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입 성향이 매우 편향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실용적인 신형 5시리즈 투어링(웨건) 모델로 우리나라와 도로 및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한 일본 및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끄는 자동차 바디 형태 중 하나다. 반면, 국내는 웨건의 무덤이라 불리우며 전혀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토데일리 이병주기자] 지난달 BMW 코리아가 6,334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국내 수입차 판매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성과를 거뒀다.

BMW 코리아는 지난달 뿐만 아니라 꾸준히 메르세데스 벤츠와 수입차 판매 1,2위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브랜드로는 BMW가 1위를 차지했지만, 차종 별로는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가 가장 많이 팔렸다.

베스트셀러 E220d는 인기가 없는 일부 브랜드의 전체 판매량을 뛰어넘는 수준인 818대를 기록했다. E클래스의 또다른 인기 라인업 E220d 4매틱도 702대나 팔리며 4위를 차지, 지난달 수입차 차종별 판매량 1위부터 5위 안에 E클래스만 두 모델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는 차량 평균 가격이 8천 만원 이상에 달하는 영국 랜드로버가 1만 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새로운 수입차 강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프리미엄 SUV 전문 브랜드인 랜드로버의 지난해 기록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일본차 브랜드 토요타, 혼다보다 많은 판매량이며, 닛산과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티니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판매량이다.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보다도 더 많이 팔렸다.

한국인의 고급차, 큰 차 사랑은 유별나다. 자신의 소득 및 형편, 라이프스타일과는 상관없이 차를 구매하는 성향이 강하다. 

우스갯소리로 차량 가격의 대부분은 엠블럼 값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과거 중형 이상의 큰 세단에 높은 수요가 몰리던 것이 지금은 수입차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일부 국산차 모델은 국내 시장에 한 해 별도의 전용 엠블럼을 적용,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차 값이 저렴하고 유지비가 뛰어난 경차, 소형차 등은 좀처럼 시장이 성장하지 않고 있다.

값이 가장 저렴한 경차 모델들의 경우 백 만원이 넘는 김치냉장고, 건조기 등을 사은품으로 내걸어 지금의 판매량을 겨우 유지하는 상태다.

반면, 차 값이 세 네배가 더 비싼 준대형 세단 신형 그랜저는 프로모션이 전혀 없음에도 출시부터 꾸준히 1만 대 이상 팔려나가고 있다.

현대차는 소형차 엑센트를 단종, 좀더 비싸고 큰 SUV로 대체할 예정이다. 엑센트는 우리나라에서만 인기없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까지 중단하진 않는다. 현재 신모델이 준비중으로 곧 러시아 및 캐나다 등지로 수출될 예정이다. 당연히 국내에선 판매되지 않을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국산 브랜드 및 수입 브랜드를 모두 합쳐 150~180만 대 수준이다. 자동차 강국인 일본은 세계 3위 규모로 약 500만 대를 자랑한다. 한국 대비 약 3배 정도 내수 시장이 더 크다.

일본은 11개의 자국 완성차 업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자계포함 5개의 국산 완성차 업체가 각축을 벌인다. 

인구 차이가 약 2배 가량 벌어지기 때문에 내수시장 규모 차이는 당연히 생길 수 밖에 없다. 반면, 자국 완성차를 제외한 수입차 시장 규모는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수입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7만 5,017대를, 일본은 9만 6,877대를 판매했다. 일본 수입차 시장이 약 2만 대 가량 더 팔렸다.

2017년은 아직 현재진행 중으로 격차가 얼마나 벌어질지 모른다. 지난해의 경우 우리나라는 22만 5,279대, 일본은 28만 4,471대를 기록, 6만 대가 조금 안되는 차이를 보였다. 비율로 따지면 일본은 5.6%, 우리나라는 12.2% 정도다.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선호하는 자동차 국가는 독일이다. 우리나라의 벤츠·BMW 사랑 못지 않게 일본 또한, 벤츠와 BMW를 선호한다. 뿐만 아니라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보다 실용적이고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모델과 브랜드를 선호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고급차, 큰 차를 찾는 성향이 강하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일본 수입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메르세데스 벤츠가 2만 1,365대로 1위를 기록 중이며, BMW는 1만 5,818대로 3위를 기록했다.

현재 국내서는 판매가 중지된 폴크스바겐과 아우디가 일본서 각각 1만 5,937대, 8,495대를 달성하며 2위와 4위에 랭크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 벤츠가 2만 4,877대, BMW가 1만 8,115대 판매되며 일본보다 더 많이 팔렸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는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가 일본보다 더 작음에도 유일하게 더 많이 팔린 수입차 브랜드다.

고급 SUV 랜드로버의 경우 일본은 1,080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 우리나라 한 달치 랜드로버 판매량(1,062) 정도다. 국내서 랜드로버는 2,885대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를 제외한 나머지 순위 경쟁에서도 우리나라와 일본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5위 미니(7,895대)를 시작으로, 볼보(5,027대), 지프(3,112대), 포르쉐(2,309대), 르노(2,860대), 푸조(2,565대), 피아트(2,075대) 등이 순위를 이었다. 

각각 특색있고 실용적인 유럽차들이 편향되지 않고 고르게 인기를 끌었으며,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차 브랜드 포드(134대)와 영국 랜드로버 등은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국내서 미니 3,053대, 볼보 2,223대, 지프 1,979대, 포르쉐 933대, 푸조 1,137대, 피아트 933대가 판매됐다. 

올해 국내서 판매된 6만 대의 수입차 중 절반이 넘는 숫자가 메르세데스 벤츠, BMW에 치중된 것이다.

이런 유별난 소비 형태가 2.0 디젤 엔진이 탑재된 5천 만원 이상 8천 만원 이하 수입차에만 몰려있는 것도 이상하다. 

차량가격 2억 원 이상의 슈퍼카(럭셔리카)는 오히려 일본이 판매량을 압도한다. 

1월부터 3월까지 국내서 롤스로이스 20대, 벤틀리 4대, 페라리 24대, 람보르기니 19대, 맥라렌 11대, 애스턴마틴 21대가 판매됐다.

일본은 같은 기간 롤스로이스 63대, 벤틀리 78대, 페라리 176대, 람보르기니 143대, 맥라렌 41대, 애스턴마틴 88대가 판매됐고, 가장 빠른 양산차로 유명한 프랑스 부가티의 시론도 일본 시장에서 한 대가 출고됐다.

일본도 독일차가 많이 판매되지만 5시리즈, E클래스 등 특정 모델에만 판매량이 집중돼 있지 않다. C클래스, B클래스 등 적당한 크기의 모델들도 많은 판매량을 달성 중이며, 바디 형태도 세단 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웨건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다.

대당 가격이 2억 원에 달하는 메르세데스 AMG S63이 일개 브랜드 판매량과 맞먹을 정도로 많이 판매되는 것과 같은 기형 현상은 없다.

우리나라의 이와같은 특정 차량 편애 현상은 소비 심리 뿐만 아니라, 업체들의 가격 정책까지 포함돼 있어 뾰족한 대안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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