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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레이EV 4WD, 가까운 미래 ‘인-휠’을 만나다

  • 기사입력 2014.02.25 08:49
  • 기자명 신승영

[용인= 오토데일리 신승영 기자] “레이 사륜 구동이 있어? 그것도 전기차?” 
  
독자들 역시 같은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결론부터 답하자면, 레이EV 4WD는 현대모비스에서 시험 중인 연구용 차량이다. 
 
그러나 궁금했다. ‘왜 경차에 무거운 사륜 구동 시스템을 넣었지?’, ‘전기 배터리 효율은?’, ‘배터리 위치와 프로펠러 샤프트의 간섭은?’ 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 레이EV 4WD를 보기 위해 현대모비스 마북연구소를 찾아갔다.
 
◆ 기대 이상 성능…스파크EV와 맞먹어
  
레이EV 4WD는 기존 레이 전기차와 내·외관이 동일하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콘솔박스에 위치한 컨트롤패드만 제외한다면 외견상 쉽게 구분할 수 없다.
 
설명을 듣기에 앞서 운전대를 먼저 잡았다. 전기차답게 시동을 걸었음에도 진동 및 소리를 느낄 수 없다. 계기판의 신호만 있을 뿐이다. 계기판은 속도계와 충전 및 출력 상태, 그리고 배터리 잔량 등을 나타냈다. 
 
출발부터 최대 토크를 발휘할 수 있는 전기차답게 가속력이 좋다. 그러나 경쟁 차종인 쉐보레 스파크EV보다 한 발 뒤처진다. 박스카 디자인 탓에 공기저항으로 인한 풍절음도 크다.
 
코스 반환점에서 조수석에 앉은 현대모비스 이상문 연구원이 콘솔박스 위 컨트롤패드의 버튼을 눌렀다. 마치 터보 부스터를 작동한 것처럼 속도가 붙는다. 성인남성 4명이 탔음에도 불구하고 체감상 빠르기가 스파크 EV와 비등하게 느껴질 정도다.
 
탄력주행은 어렵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자 충전 모드로 전환되며 속도가 줄어든다. 변속기는 일반 주행(D) 외 에코 모드(E)와 브레이크 에너지 재생 기능을 극대화한 B모드가 지원된다. B모드로 조작시 엔진브레이크가 걸린 것처럼 급격히 속도가 떨어졌다.
 
높은 전고 임에도 불구하고 4명의 탑승자 무게와 사륜 구동 시스템 덕분에 다소 안정된 움직임을 구현했다.
 
◆ 사륜 전기차부터 하이브리드카까지 
 
시승 중 이상문 연구원이 작동시킨 것은 후륜에 장착된 ‘인-휠(in-wheel) 시스템’이다. 레이EV 4WD는 기존 전기차의 뒷 바퀴에 16Kw급 인-휠 모터 2개를 각각 장착해 사륜 구동을 완성시켰다.
 
일반적인 사륜 구동은 엔진의 동력을 네 바퀴로 전달해 움직인다. 때문에 파트타임 시스템의 경우, 전륜 또는 후륜에서 사륜 구동으로 전환 시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휠 시스템은 각각의 바퀴에 모터가 장착돼 독립적으로 동력을 전달한다. 레이EV 4WD는 후륜의 2개 전기모터가 오히려 32Kw(16Kw x 2)의 출력을 더함에 따라, 마치 터보 부스터가 작동된 것처럼 속도가 올라갔다.
  
해당 시스템은 휠 내부에 구동과 제동, 재생 충전 등에 필요한 기계장치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부피는 기존 휠과 동일하며, 무게는 휠당 20kg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시험 차량에 장착된 인-휠 시스템도 목표 무게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현대모비스는 기존 전기차에 인-휠 시스템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사륜 구동 차량을 완성시켰다. 이상문 연구원은 레이EV 4WD 뿐만 아니라 쏘나타의 뒷 바퀴에 인-휠 시스템을 장착해 하이브리드카로 시험 중인 테스트카도 있다고 전했다.
 
◆ 인-휠 시스템, 훌쩍 다가온 미래
 
인-휠 시스템은 기존 파워트레인에 추가되는 것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독립적으로 4바퀴 모두 인-휠 시스템으로 구성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도 레이EV 4WD나 쏘나타 하이브리드카에 장착된 16kw급 인-휠 모터와 함께 전륜용 35kw급 인-휠 모터를 개발하고 있다.
 
인-휠 시스템은 동력 전달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모터가 직접 바퀴를 구동시키기 때문에 동력 손실이 매우 낮다. 토요타·미쓰비시 등 글로벌 메이커와 학계 등의 인-휠 시스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기존 전기모터보다 전기를 기계 에너지로 전환하는 효율은 14%, 재생 에너지 회수률은 6%가 높다. 
 
단순 계산으로 기존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인-휠 시스템으로 교체할 경우 주행거리가 20% 더 늘어날 수 있다. 또한 파워트레인 무게도 줄어 연비가 개선되는 이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인-휠 시스템은 전·후·좌·우 각각의 바퀴마다 토크를 개별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보다 민첩하고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지원한다. 이는 차체자세제어장치 등과 결합해 급격한 움직임에도 안정성을 높여준다.
 
더불어 인-휠 시스템은 드라이브 샤프트가 없어 축과 바퀴의 조향각이 이론적으로 90도까지 자유롭다. 향후 90도 직각 주차를 비롯해 각 바퀴별 45도씩 방향을 틀어 360도 제자리 선회(pivot-turn) 움직임도 가능할 전망이다.
 
인-휠 시스템은 새로운 파워트레인 형태를 제시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샤프트, 디퍼렌셜 등 구동계 파츠부터 엔진룸과 같은 디자인의 제약이 사라진다.
 
닛산 블레이드글라이더, 토요타 아이로드 등과 같은 혁신적인 디자인의 콘셉트카가 탄생할 수 있는 배경에도 인-휠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상상으로만 그리던 미래가 빠르고 조용하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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