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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토슬란다 공장, 24시간이 모자란다.

  • 기사입력 2016.05.23 16:48
  • 최종수정 2016.05.24 08:45
  • 기자명 이상원 기자
스웨덴의 볼보자동차가 대형차급에 이어 컴팩트카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준비를 마쳤다. 

[예테보리=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 중국 자동차업체인 지리그룹(吉利集團)은 미국 포드그룹 계열사였던 볼보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총 27억 달러(3조2천억 원)를 투자했다.

볼보자동차의 적자 정리 등에 사용된 인수자금 18억 달러(2조1,319억 원) 외에 9억 달러(1조659억 원)를 추가로 투입한 것이다.

신차 개발과 관련한 R&D 부문 정상화와 생산라인 강화를 위한 선 투자였다. 볼보는 지난 2008년 포드가 손을 떼면서 2년가량 생산과 연구개발이 완전 중단 상태에 빠졌었다.

예테보리 토슬란다 공장은 24시간 풀가동으로 해도 주문량이 3-6개월치나 밀려 있다. 

지리그룹이 그런 볼보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또, 이처럼 단시간 내에 볼보가 경영 정상화는 물론, 서유럽의 경쟁 프리미엄 브랜드들 조차 두려워 할 제품력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보통 자동차기업이 파산 후 인수 등을 통해 재기에 나서더라도 웬만큼 투자해서는 정상화가 쉽지 않은데 볼보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모습으로 바뀌어 기존 자동차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 의문은 지난 18일 볼보 본사가 있는 예테보리 토슬란다(Torslanda) 공장을 방문한 후 모두 풀렸다.

예테보리 본사는 생산라인은 물론 공장 어디를 가나 활기가 넘친다. 더 이상 몇 년 전 팔려 갈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그런 브랜드가 아니었다.

 

볼보 경영진들은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50만대로 잡았다. 작년 판매량 46만6천대보다 약 7.3%가 증가한 수치다.

수치상으론 놀랄 만한 성장률은 아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토슬란다공장과 벨기에 헨트 공장의 가동을 최대한 높여야만 50만 대를 달성할 수가 있다.

볼보의 판매 호조는 신형 XC90이 이끌고 있다. 새로운 대형 플랫폼인 SPA의 첫 모델로, X전체 판매량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토슬란다 공장은 생산 부족으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에는 XC90 주문량이 무려 8개월 치나 밀렸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볼보는 생산라인에 1,600여 명을 추가로 투입, 3교대 체제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현재 XC90은 3-6개월이나 출고가 밀려 있다.

볼보 R&D 부문 피터 메르텡(Peter Mertens) 수석 부사장이 새로운 CMA 아키텍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현재 대형 세단 및 웨건인 S90과 V90 생산을 위해 한국의 우신시스템 등 3개 업체가 생산라인 설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90은 이달 말 예테보리에서 세계 주요 미디어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며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을 개시하게 된다.

볼보자동차는 이미 올 1분기에 지리그룹으로의 인수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무려 24.1% 증가한 417억5,700만 크로나(5조6천억 원), 영업 이익은 31억4,500만 크로나(4,500억 원)를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의 1,100만 크로나(16억 원) 적자에서 올해는 흑자로 전환된 것이다. 이 기간 볼보의 글로벌 신차 판매대수는 12만 591 대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1.9%나 성장했다.

특히, 신형 XC90은 2만800 대가 판매됐으며, 미국에서는 4월까지 판매량이 1만856 대로 무려 2,858%나 증가했다.

볼보는 XC90, S90에 이어 향후 4년 내에 모든 라인업을 새롭게 바꿀 예정이다. 이번에 공개된 CMA 플랫폼과 두 가지 컴팩트 컨셉카 모델은 내년부터 투입될 볼보의 새로운 소형 라인업이다.

CMA 아키텍처는 볼보의 컴팩트카 시장 진입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으로, 크기를 늘리고 줄일 수 있는 모듈 방식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이 플랫폼을 이용해 가솔린과 디젤은 물론 트윈엔진을 장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까지 내 놓을 예정이다.

하칸 사뮤엘손 볼보사장 겸 CEO는 “CMA 아키텍쳐를 이용한 첫 작품은 XC40, V40이 될 것이며 볼보의 소형차 모델은 물론, 볼보의 모기업인 지리자동차의 새로운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볼보 디자인을 총괄하는 토마스 잉엔라트 수석부사장이 신형 SUV 컨셉카를 소개하고 있다

이들 차세대 소형차는 벨기에 헨트공장에서 생산되며 볼보는 이를 근간으로 몇 년 이내에 총 80만 대 규모의 글로벌 생산 및 판매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예테보리 현지에서는 요즘 들어 모기업인 중국 지리그룹에 대해 약간은 의아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지리그룹이 볼보자동차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예테보리에 있는 생산 기반이 중국쪽으로 급속히 빠져 나갈 것으로 많은 걱정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생산 시설은 물론 신차 개발의 핵심기능인 기술연구소(CEVT)도 현재 시점까지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3년 연구인력 제로에서 출발한 이 연구소는 현재 1,400명이 연구인력이 근무를 하고 있으며 올해 예산규모가 32억 크로나(4,600억 원)에 이른다.

모두 중국 모기업에서 지원되며 전액 개발과 연구에만 사용된다.

현지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연구 개발비를 지출하는 스웨덴 기업은 몇 안 된다고 귀띰한다.

지리와 볼보가 공동으로 설립한 CEVT(China Euro Vehicle Technology)센터는 두 기업이 컴팩트 플랫폼을 공동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지리 엔지니어들이 최신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립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동차 구조물에 대한 사후 보완이 주 임무였으나 현재는 중국 자동차기업들에게 자동차 개발 전 과정을 대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연구소에는 현재 22개국 출신의 연구원들이 근무를 하는데 필요한 인원 보충은 주로 소개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볼보를 이끌고 있는 핵심 임원들은 모두 본국인 스웨덴과 독일 출신들이다. CEO를 맡고 있는 하칸 사무엘손사장은 스웨덴 태생으로 독일 MAN그룹에서 CEO까지 역임하고 지난 2012년 10월부터 볼보자동차를 이끌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볼보의 차세대 소형 컨셉카

또 볼보 디자인을 총괄하는 토마스 잉엔라트 수석부사장은 독일 출신으로, 지난 2012년 폴크스바겐에서 옮겨왔고 디자인 실무 총 책임자인 로빈 페이지 수석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벤틀리에서 이적해 왔다.

마케팅 및 영업 부문의 바존 안웰(Björn Annwall) 수석 부사장은 본국인 스웨덴 출신이며 R&D 부문 피터 메르텡(Peter Mertens) 수석 부사장은 독일 출신으로 오펠과 GM유럽을 거쳐 볼보에 합류했다.

지리그룹의 적극적인 R&D 투자와 독립 경영이 새로운 볼보의 미래를 어느때보다 밝게 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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