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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휴젠, 결별 한 달…끝나지 않은 ‘갑을논박’

  • 기사입력 2013.06.28 19:41
  • 기자명 신승영


[오토데일리 신승영 기자] 혼다 분당전시장은 현재 유리창이 깨어지고 정문에 휴업 공지가 붙어있다. 텅 빈 전시장과 굳게 닫힌 서비스 게이트 사이로 몇몇 직원들이 불 꺼진 건물을 드나들고 있다.
 
혼다코리아(이하 혼다)는 지난 6월3일 분당지역의 판매 및 서비스를 맡고 있는 휴젠모터스(이하 휴젠)에게 딜러 계약해지를 공문으로 통보했다. 휴젠은 혼다가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혼다는 잦은 대금연체와 경영부실 등으로 사실상 계약 유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지 한 달여일이 지난 지금, 혼다 분당전시장을 살펴봤다.
 
◆ 돈 앞에 흔들린 8년 파트너
 
혼다와 휴젠는 지난 2006년 9월 공식 딜러 계약을 체결했다. 휴젠은 2000년대 후반 강남·일산과 함께 수입차 3대 격전지로 불리는 분당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발휘했다. 특히 2008년 분당은 ‘지나가는 수입차 절반이 혼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혼다차 판매가 큰 폭으로 줄며 혼다와 휴젠 모두 경영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휴젠의 경우 판매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일부 대주주의 이탈로 내부 경영환경이 크게 어려워졌다. 지난 2011년 4월부터 차량대금 연체가 시작됐으며, 지난해 3개월 가량의 장기연체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혼다 역시 2008년을 정점으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클린디젤이나 하이브리드와 같은 새로운 시장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데다 환율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회사가 적자를 기록하다보니 판매 및 서비스망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지원에 앞서, 딜러 마진을 낮추는 방식으로 당장 눈앞의 수익을 쫒기에 급급했다.
    
◆ 무너진 신뢰, 상처뿐인 공방
 
혼다와 휴젠, 양사 갈등의 핵심은 딜러권을 둘러싼 담보물이다. 일반적으로 딜러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그리고 담보물을 갖춰야한다.
  
휴젠의 경우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자 기존 대주주 중 일부가 이탈했다. 이탈한 대주주의 담보를 대신해 새로운 담보가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담보물의 가치는 일제히 떨어졌다. 혼다는 현 시세를 기준으로 기존 담보물을 재평가했다. 또한 모든 담보물에 대한 1순위 채권자 지위를 요구했다.
 
결국, 휴젠 측에서 200억원 상당에 가까운 담보물을 제시하지만, 혼다 측에서 감정평가의 시기와 채권자 순위 등을 문제로 삼고 이를 거절한다.

휴젠은 담보물을 대신해 은행권 지급보증서를 제출하기로 했으나 최종 마감 기한을 넘기게 된다. 이와 동시에 혼다는 딜러 계약해지를 통보한다.

이 같은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은 첨예한 감정적 대립으로 확산된다. 휴젠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경영진 교체 후 증자와 부채상각 등 1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담보물에 대한 문제는 합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딜러마진부터 차량 및 부품 재고 밀어내기, 대금연체, 고금리 이자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 최악의 결별, 고객도 피해자
 
더 큰 문제는 양측의 결별 후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휴젠은 딜러권 복구는 고사하고 60여명의 직원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월 5천만원에 달하는 토지임대료도 부담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혼다는 수입차 시장의 핵심 요충지인 분당지역 공백이 뼈아프다. 올해 1분기 판매량을 기준으로 휴젠이 차지한 비중은 전체 판매의 12%. 국내 딜러 11곳 중 4번째다. 분당 지역은 지난 8년간 약 2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 곳이다.
 
더욱이 고객들의 서비스 만족도도 대폭 하락할 전망이다. 분당은 판금·도장 등이 가능한 혼다 딜러 정비공장 중 고객만족도 1위를 유지해왔다. 서울 강남을 포함한 수도권 남부지역의 서비스 거점인 이곳이 문을 닫게 됨에 따라 중정비를 받기 위해서는 서울 성수동까지 가야하는 불편함을 겪어야만 한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사와 딜러사 간 계약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언제든 끝날 수가 있다. 그러나 수개월 전 신규 딜러를 선정하고 해당 지역을 다시 맡게 될 경우 기존 인력의 고용승계나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 인수 등이 관례적으로 이뤄져왔다. 신규 딜러 선정이 늦춰진다면 고객 서비스를 위해서라도 서비스센터가 운영됐다.
 
분당 딜러권의 재연장이 불가능하다면 혼다와 휴젠, 그리고 혼다차를 산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신규 딜러 선정과 올바른 인수인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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