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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차 출범 5년"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 기사입력 2005.09.05 14:23
  • 기자명 이상원
지난 9월1일 르노삼성차는 서울 봉래동 본사 강당에서 제롬스톨사장을 비롯한 전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단하지만 의미 있는 행사를 가졌다.


바로 르노삼성자동차 출범 5주년 기념행사다. 여느 대기업처럼 거창하고 화려한 기념행사는 아니지만 르노삼성차로서는 이번 행사에 어느 행사보다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 2000년 9월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그룹이 참담한 실패 끝에 포기한 삼성자동차를 인수, 5년 만에 탄탄한 화사로 정상궤도에 올려놨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는 5년이라는 세월을 거쳐 오면서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왔다.

외적으로는 외국자본임에도 불구, 당당한 국산메이커의 일원으로 자리매김 하는데 성공했고 또한 매출액 면에서도 삼성차 부도당시에 비해 3배가량 증가했다.


르노삼성차의 매출액은 인수 다음해인 2001년 1조476억원, 2년차인 2002년 1조7천752억원, 3년째인 2002년에 1조6천852억원, 그리고 4년째인 지난해에는 1조3천471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말부터 잇따른 신차투입으로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차 부도당시인 지난 98년 매출액이 5천800억원이었던 데 비하면 무려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판매대수와 회사규모 역시 당시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커졌다. 판매대수는 인수첫해인 2001년 7만788대, 2002년 11만7천87대, 2003년 11만1천376대, 2004년 8만5천98대를 기록했고 올해는 다시 1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르노로 인수되기 전인 지난 2000년의 1만2천552대보다 무려 8배이상 증가했다.


월간판매량도 2000년 당시 2천372대에 불과했으나 5년이 지난 올해는 9천500대로 4배가 늘어났고 판매차종도 SM5 한 개 모델에서 3개 모델로 늘어났다.


근무인원도 2000년 8월 1천900명에서 2005년 8월말에는 5천500명으로 2.9배, 영업지점은 40곳에서 159곳으로 무려 40배가 증가했다.


이와 함께 서비스망 역시 당시의 213개(직영 20개, 협력업체 193개)에서 올해는 435개(직영 35개, 협력업체 400개)로 2배가, 부품대리점은 87개에서 225개로 2.6배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공장가동률도 40%에서 올해는 무려 90%까지 치솟았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사상 처음으로 고급대형차인 SM7이 투입됐고 올해는 SM5와 SM3 신형모델이 투입되면서 매달 공급부족현상을 겪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말 그대로 괄목할 만한 성장 그 자체다.


르노삼성차가 이처럼 조기에 안정적 기반을 확보하고 탄탄한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삼성자동차에서 "르노삼성자동차"로 다시 태어난 그들만의 성공 철학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국내 기업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혁신적인 기업 문화"다.


르노삼성차는 다국적 기업이다. 프랑스의 르노, 일본의 닛산, 그리고 한국의 삼성자동차가 한 곳에서 뭉쳐 만들어진 회사다. 단순히 기업의 태생적 측면에서 논하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이고 상이한 세 나라의 경영 마인드와 기업 문화가 융합돼 또 하나의 기업 문화를 창출해 낸 다국적 기업이라는 것이다.


르노삼성차의 기업문화는 한국 최고의 기업인 삼성의 우수한 인적 자원과 프랑스 르노그룹의 혁신적인 경영 마인드, 그리고 일본 닛산자동차의 기술 경쟁력이 접목돼 탄생했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에서도 유일하게 무노조 원칙이 운영되고 있는 르노삼성에서는 노사간의 대립이나 파업이라는 단어는 찾아 볼 수가 없다.


또, 양적인 팽창과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한국적인 경영 방식 대신 완벽한 계획과 질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프랑스 기업의 정서를 접목시켰다.


최적의 효율성과 철저한 책임 분배를 통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조직의 혁신과 빠른 의사 결정을 가져왔다.


특히 가장 효율적인 결론을 도출해 내기 위해 전 부서가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자유로운 의사 토론을 하는 크로스 기능, 역할 분할과 전문가를 활용하는 아웃 소싱 운영,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통한 부품 공동 구매망 이용, 철저한 재무 관리를 위한 CFO (Chief Finance Officer: 예비비의 전용이나 편성된추가 지출이 허용되지 않는 엄격한 재무 관리 시스템)제도의 도입 등은 르노삼성자동차가 새로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기장 중요한 礎石이 됐다.


닛산자동차의 기술력을 받아들여 제품력을 강화한 것 또한, 경쟁력 확보의 원천이 됐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전신인 삼성자동차 시절, 전례 없던 6개월 간 3천여명의 산업연수를 통해 닛산으로부터 직접 받아들인 선진기술과 철저한 품질관리는 현재 부산공장에서 나사 하나를 조이는데도 철저하게 적용되고 있다.


노사공동 실천 프로그램으로 노사 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점도 르노삼성자동차가 가진 경쟁력 중의 하나이다.


모든 외투기업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언제 떠날지 모르는 기업’이라는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심리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부산공장 구성원들의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은 편이다. 지난 2004년 내수시장 침체 때문에 2교대를 1교대로 전환했지만 고용안정선언으로 단 한명도 해고하지 않고 위기를 넘겼기 때문이다.


완성차 노사관계의 최대 쟁점인 비정규직 문제도 르노삼성차에서만은 예외다. 공장 보수 등을 위해 필요한 단기 계약직 외에 직접 생산라인에는 비정규직이 전혀 없다.


매년 실시하는 직원만족도(ESI)를 조사도 르노삼성자동차만의 특징이다. ESI는 직원 만족도 향상 → 경영성과 향상 → 보상과 투자 향상 → 만족도 향상의 선순환을 위한 것으로 이 조사를 통해 인사제도와 근무환경, 복지 개선 등에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르노삼성이 한국, 프랑스, 일본의 세 나라간 상이한 경영 마인드와 기업 문화를 융합시켜 가장 친숙한 한국기업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특히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기반으로 선진 기술력을 교류하고, 각각의 기업 문화 중에 합리적인 제도들을 취한 데 따른 결과다. 물론, 자동차 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 우수한 노동력, 부산 지역의 지지 정서 등 한국의 기본 상황이 밑받침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르노삼성차는 여전히 풀어야 할 중요과제를 안고 있다.

르노삼성차에는 삼성과 르노, 닛산의 문화와 기술이 녹아있지만 아직도 이질적인 문제들로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일이 허다하다.


예컨대 르노출신 경영진들의 미적지근한 시장대응 태도나 지루할 정도의 신중한 의사결정 과정은 한국인 임직원들로부터 진심어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르노삼성차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르노삼성차의 인적 구조는 구 삼성그룹 출신과 현대.기아. 대우차 출신, 그리고 르노와 프랑스기업 출신들이 뒤섞여 있는 이른바 외인부대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삼성그룹 출신들은 아직도 르노삼성차를 삼성차로 생각하고 있고 기타 자동차업체 출신 직원들은 자신들이 배운 방식을 고집하고 있으며 비자동차 출신 역시 각기의 사고나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응집력이 약해지고 회사의 미래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는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들어 경쟁업체에 비해 자동차분야 출신이 아닌 비전문가들이 요직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르노삼성차의 약점이다.


때문에 르노삼성차가 닛산차나 르노자동차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단순한 조립공장으로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아울러 르노그룹 내에서의 역할과 세계시장에서의 일정한 위치 확보 역시 르노삼성차 성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르노삼성자동차 5년의 변화>

 

2000년 8월말

2005년 8월말

인력

1,900명

5,500여명

영업 지점

40곳

159곳

월 판매량

2,372대

9,500대

모델

단일 모델(SM5)

3개 모델

공장가동률

40%

95%

서비스업체

직영

20개

35

협력점

193개

400개

부품대리점

87개

22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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