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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전 수석부사장 특별기고 “공룡 다이노사우루스의 죽음”

  • 기사입력 2005.07.19 14:14
  • 기자명 이상원

토요타자동차 아메리카법인 수석부사장을 지낸 이마이 히로시씨가 본지의 포털사이트로의 확대 오픈에 맞춰 미국 자동차메이커들의 현황과 과제를 다룬 글을 보내왔다.


이마이 히로시씨는 일본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하고 토요타자동차에 입사, 오랫동안 토요타자동차 아메리카법인 수석부사장으로 근무했으며 이후 구 삼성자동차 경영고문역을 맡은 바 있다. 


다음은 이마이히로시씨의 특별기고문 내용.(사진 첫째줄 가운데) 


수개월 전 GM과 포드의 지난 해 재정적자가 보도된 바 있으며, 이 때 미국의 언론들은 이 기사가 미국인들에게 쇼킹한 뉴스인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의 3대 자동차회사 빅3는 오랫동안 미국의 자존심이었고, 미국인들은 이 자동차 3사가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계속 선도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 나, 미국인들은 1970년대에 미국정부의 환경규제와 함께 시작된 미국자동차산업의 쇠퇴로 인해 기술과 생산경쟁력에서 일본에 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뒤지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미국 자동차시장은 10년 주기로 변해 오고 있다.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1950년대는 미국자동차업체들이 최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이 기간은 “더 크고 빠른 차”의 시대이며, 이 기간 중에는 풍부하고 값싼 가솔린 덕택으로 자동차가 보다 파워풀한 엔진을 갖게 되어 더욱 커지고 빨라졌다. 1960년대는 “자동차 다양화의 시대”로 불리며, 2도어 쿠페, 4도어 세단, 스테이션왜건, 스포츠쿠페, 찦, 픽업 등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들이 쏟아져 나왔다. 알프레드 슬로안은 이를 모든 가격과 사용목적에 맞출 수 있도록 다양한 자동차가 생산되었으며, 이때까지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시장독점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미국정부가 환경과 안전분야에서 통제를 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미국자동차업체들의 생존노력이 시작되었다. 미국의 빅3 자동차회사들은 미국 환경당국의 요구에 적합한 효율적인 엔진을 개발하지 못한 반면,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이 요구들을 맞출 수 있게 됨으로써 경쟁력이 강화되었다. 자동차 연비면에서 미국 자동차는 일본 자동차를 따르지 못하고, 안전분야에서도 일본과 유럽의 자동차업체들은 미국 교통당국의 요구사항을 즉시 수용한 반면 미국의 빅3 자동차회사들은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했거나 뒤처졌다. 또한, 품질면에서도 미국자동차들은 일본과 유럽자동차들에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1980년대는 “외국 침략자들의 시대”라 불리며, 혼다를 필두로 닛산, 토요타, 미쓰비시, 이스즈 등 일본자동차 업체들이 일본정부의 보호와 값싼 노동력의 혜택을 입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 미국 내에 자동차 조립공장을 설립하기 시작하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토요타, 혼다 및 닛산이 판매한 대다수가 자동차가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1990년대는 세계 자동차산업이 재편되고 글로벌화한 시기이며, 크라이슬러가 다임러에, 닛산이 르노에 매각되고 GM과 토요타가 사업협력을 이루었다. 차세대 자동차기술의 보다 효과적인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새로운 연료시스템의 개발, 자금과 자원의 집중이 필수적이다. 지금의 새로운 시대에서는 이미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을 뿐만 아니라 누가 누구의 경쟁자인지 구분하기가 무척 어렵게 되었다. 모든 업체가 다른 모든 업체와 싸우는 양상을 보이는 동시에 비즈니스 유대와 협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는 외국 자동차업체에 대해 별도의 통제를 가하거나 국가별 편애를 나타낼 수 없다. 일본, 유럽, 미국 등 모든 자동차업체들은 부품을 전 세계에서 구입하고 있고, 모든 자동차업체들이 미국 내에서 미국정부의 사업면허아래 미국의 노동력을 사용하여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직 소비자만이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이러한 소비자의 판단은 매우 냉엄한 것이다.


최근 수년간 미국의 빅3 자동차회사들은 미국 내 자동차시장을 일본 자동차업체에 내주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 자동차업체들에게도 미국 내 시장을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구입하는 데 있어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으며, 더 나은 퀄리티, 낮은 유지비와 높은 연비로 인해 미국 자동차 보다는 일본과 한국 자동차를 선택하는 것이다.


최근 토요타는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가격인상은 미국 빅3 자동차회사들이 현재 처하고 있는 어려움을 돕기 위한 것이며, 이번 가격인상으로 토요타 자동차에 대한 미국 내 구매수요가 감소하게 되어 미국 빅3 자동차의 판매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증명해 보이려는 듯 빅3 자동차회사들은 즉각 자동차 판매가격인하를 발표한 바 있다.


전통적으로 8월은 토요타가 자동차세일을 강화하는 기간이며, 구 모델의 재고 없이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기 위해 구 모델 자동차 소진을 위한 마케팅에 통상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는다. 그러나, 올 해는 토요타에서 마케팅예산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치들은 단기간 내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나, 결국에는 이러한 조치들이 토요타는 더 부유하게 되고 미국의 빅3 자동차회사들은 더 가난하게 만드는 역 효과를 나타내게 되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빅3 자동차회사들의 문제의 실상은 구조적인 데 있으며, GM, 포드, 크라이슬러 똑 같이 거대한 조직과 낮은 효율, 늦은 정책결정, 관료적인 운영 등의 문제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도 미국의 빅3 자동차회사들은 그들 자신의 문제들을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노동조합이 고비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낮은 생산품질은 노동력 저하에 원인이 있으며,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불공정 경쟁으로 시장을 상실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그들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은 돌아 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만약 미국의 빅3 자동차회사들이 글로벌시장상황에서 살아남기 원한다면, 보다 대담하고 과감한 대응책들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한 세기 전 GM은 여러 법인을 통합하여 대형화함으로써 포드를 능가하여 자동차산업에서 선두자리를 차지하는 성공적인 법인이 되었으나, 현재 필요성이 점차 크게 대두되고 있는 운영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반대의 조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연구개발을 위해 자금과 자원의 “대형화(bigness)”가 필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에 효과적이고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소규모와 효율성(small and efficient)”이 요구된다. 이 두가지 요구조건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것이 빅3 생존의 열쇄가 될 것이다.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노력을 멈추지 말라! 그들과 같이 거대한 법인은 국가의 자부심을 위해 브롱스 동물원에 있는 공룡 다이노사우루스를 살리기 위한 것과 동일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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