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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직전서 우뚝 일어선 한국델파이

  • 기사입력 2005.07.13 09:50
  • 기자명 변금주



대구 달성공단 한국델파이 본사 본관. 입구에 '비상(飛翔)'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2000년 11월 대우자동차 부도사태로 동반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회사. '쓰러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목됐던 한국델파이(옛 대우기전)였다.

그리고 만 4년여. 이 회사는 지난해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매출(8천400여억 원)을 기록, 500억 원대의 흑자기업으로 재도약했다.
올 해엔 매출 1조 원 기업으로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델파이가 생산 중인 모든 제품이 올해 새 기술이 이식된 새 제품으로 탈바꿈합니다.
 
자동차 산업 전반에 변화가 아니라 변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한다는 신념으로 올해 모두를 바꿀 계획입니다.

" 부도 직전의 회사를 다시 일으킨 지기철(59·사진) 한국델파이 대표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실려 있었다.
-지난해 재도약의 발판을 확고히 마련했나? ▲외형적으로 경영성적이 좋았습니다.

차세대 컴프레서 기술을 개발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을 공인받은 한 해였습니다.

세계 초일류 완성차업체인 도요타자동차에 컴프레서를 납품하기 시작했고, 올 해부터는 포드자동차에도 납품합니다.
대구지역에서는 최대라 할 수 있는 규모(150여 명)의 대졸 이상 학력자 신규 채용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엔 50여 명의 우리 회사 엔지니어를 해외로 보냈습니다.

이들은 3년간 미국, 멕시코, 중국, 태국 등지에서 가족과 함께 체류하며 견문을 넓히게 됩니다.
미래를 담보하는 작업도 지난해 본격화한 셈이죠.

-최대 납품처였던 대우차 부도사태를 어떻게 극복했나?
 
▲대우차 부도로 2천여억 원의 부실채권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대우그룹 계열사 대다수가 부도처리되거나 워크아웃에 들어갔습니다.
우리 회사도 부도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길을 갈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부도처리되면 협력업체 수백 곳이 함께 무너지는 사태로 가는 형편이었죠. 정말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절박한 심정'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근로자들이 체임을 당하면서까지 참아줬고 협력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도와줬습니다.
다행히 최대 납품처였던 대우차가 GM대우차로 변신하면서 납품물량이 증가했고, 르노삼성·쌍용차 등으로 고객을 다변화하고 직수출 물량도 늘리면서 회사가 살아났습니다.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가지니 안될 것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부실채권을 안았지만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100% 채권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큰 자부심으로 남습니다.

-지난해 무분규를 기록하는 등 모범적 노사관계를 보이고 있는데.

▲투명경영을 하면 노사갈등이 있을 수 없습니다.
흑자가 얼마 났다고 설명하는 등 모든 것을 얘기해주고 이해를 구합니다.
제 잘못도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사장인데"라는 권위를 과감히 버립니다.
그래야 노조와 함께 미래를 걱정할 수 있습니다.
노조도 제 입장을 이해해주고 최선을 다해줍니다.
노와 사가 따로 있는게 아닙니다.

회사가 잘 되어야 노조도 잘 된다는 공감대를 심기 위해 노력합니다.

-새 해 한국델파이의 구체적 목표를 말씀하시면.

▲세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중국에 다녀왔지만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생각보다 앞서간다'는 것입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위기의식하에 최고 기술에 도전합니다.

하이브리드카 연구조직을 최근 신설, '새로운 자동차'에 대비한 부품을 개발합니다.
모든 부품에서 신제품을 탄생시킬 겁니다.
국내 차부품업체 가운데 우리가 최고라는 것을 자부하기 때문입니다.
공기청정기 출시 등 자동차부품 외의 다양한 영역의 제품에도 도전합니다.

-경영철학이 있다면.

▲3가지 요소를 항상 이야기합니다.
기술, 사람, 그리고 정신력이죠. 이 3가지 요소에서 최고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품질 좋고 싼 값의 물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경계해야할 것은 말을 앞세우는 것입니다.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력있게 집행하고 끊임없이 집행상황을 점검, 그리고는 결과를 되짚어봐야 합니다.
말은 쉽죠. 하지만 실천은 어렵습니다.

CEO는 이를 실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CEO가 역할을 못하면 '큰일'이 납니다.
수천 명의 근로자와 그 가족, 협력업체에다 그 주변 상가 사람들까지 제가 책임지고 있지 않습니까. 리더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이를 실현할 수 있어야한다는 신념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지기철 한국델파이 대표이사 인천 출생으로 인천 제물포고교와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삼미그룹 계열의 한국종합특수강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 대우그룹으로 옮겨 대우기전공업 생산담당, 생산총괄, 기술연구소장을 역임했다.

1999년 한국델파이 총괄 부사장에 취임, 2002년 10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영어와 일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며 지난 해 한국델파이 본사의 대구 이전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 해 3월 납세자의 날엔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출처: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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