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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소의 후카야 코이치

한국의 자동차 부품, 기대에 못미쳐

  • 기사입력 2005.05.19 15:11
  • 기자명 변금주

   
“정확한 납품으로 신뢰경영” 

“한국의 자동차 부품은 가격은 쌀지 모르지만 품질과 기술에 있어서는 아직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에 올라오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최대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덴소의 후카야 코이치(深谷紘一·59) 사장은 “한국의 자동차 부품 산업은 소기업 위주인 2, 3차 벤더의 품질이 떨어져 창원 등 한국 내 4개 공장에서 생산하는 부품의 품질이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후카야 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9월29일 아이치(愛知)현 카리야(刈谷)시 덴소 본사 접견실에서 약 80분 동안 진행됐다. 

도요타의 부품 사업부에서 1949년 독립법인으로 시작한 덴소는 현재 일본에선 최대, 세계에선 4위권의 대형 부품업체다. 한국에는 76년 진출했다. 후카야 사장은 37년간 덴소 한길을 걸어온 정통 덴소맨이다. 

미국 공장 사장과 유럽 사업 담당 등을 거쳐 국제 감각이 풍부하다고 들었습니다. CEO로서 글로벌 경영철학은 무엇입니까(그는 일본 사장 중 특이하게도 명함에 조지(George)라는 영어 이름을 새겨넣고 다닌다). 

“원칙에 충실하자는 생각입니다. 덴소의 성공에는 자동차 업체로부터 하청을 받아 생산하는 것보다는 필요한 제품을 먼저 개발해 제안(Desine In)하는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불량 없는 품질 수준을 지켜 나가겠습니다. 

두번째는 고객만족입니다. 말뿐인 고객만족이 아니라 문제가 있을 경우 바로 현장에 쫓아가 해결하는 서비스 시스템을 운영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루 3만∼4만개를 생산하는 생산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입니다. 

납기가 지켜져야 고객도 안심할 뿐 아니라 재고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도요타의 간판(看板) 시스템이 바로 덴소처럼 정확한 납기를 준수하는 부품업체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는 한시간 거리인 덴소와 도요타 공장 사이를 매 시간 12∼14대의 트럭이 체인처럼 돌며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시간 덴소 공장과 도요타 켄터키 공장 사이 5시간 거리에 60대의 트럭이 항상 도로상에 있을 정도로 납품시스템은 일본과 차이가 없다는 것. 

임기 중 경영 목표가 있다면. 

“한창 투자가 진행 중인 유럽·중국의 공장에 대한 품질·기술 수준을 최소한 미국 덴소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도요타에만 안주하지 않았던 독립 경영이 오늘날의 덴소를 만들어낸 요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전임 사장과 마찬가지로 사업에선 독립성을 철저히 유지할 계획입니다. 도요타의 경쟁사인 혼다·닛산과 미국 빅3(GM·포드·크라이슬러)에 대한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고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요타는 가장 큰 고객일 뿐 그 이상도 아닙니다. 도요타도 이젠 외부 영업을 장려합니다. 고객의 비밀보호를 위해 공동으로 연구한 제품은 적어도 1년 이상 다른 회사에 팔지 않습니다.” 

그는 한 일화를 소개했다. 몇 년 전 혼다와 함께 신기술을 공동 개발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이를 안 도요타 측에서 ‘왜 그런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덴소에선 ‘혼다는 덴소의 고객인데 왜 도요타에 알려줘야 하냐’고 되물었고 이후 그런 경우는 없어졌다고 한다. 

한국의 덴소는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비즈니스를 더 키울 생각은 없는지요. 

“한국 덴소는 아직 품질 수준에서 일본 덴소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2, 3차 벤더(납품업체)가 납품하는 제품의 품질이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덴소 기술이 좋아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2, 3차 벤더의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좋은 품질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에서 부품을 들여오면 비용이 올라가 가격이 맞지 않고요. 또 한 가지는 이들 납품업체들이 영세해 납기를 잘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같은 점만 해결되면 덴소코리아 사업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물론 현대차 그룹이 납품을 늘려주면 당연히 한국 사업도 커지고 덴소 역시 좋습니다(웃음).” 


일본의 경우 2, 3차 벤더의 현장 근로자들은 덴소·도요타에 비해 임금 격차가 크지 않다. 많아야 10% 정도다. 한국처럼 2, 3차 벤더에게 일방적인 코스트 다운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들 업체들은 경영 안정과 기술력을 가질 수 있고 결국 덴소 품질의 바탕이 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노사 분규 끝에 근로자의 임금이 올라가면 상당 부분을 납품업체에 전가한다. 그래서 납품업체 근로자들의 임금이 자동차업체에 비해 50% 수준까지 떨어질 뿐 아니라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다. 

한국 자동차와 부품산업의 품질 수준을 어떻게 하면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앞에서 얘기한 점이 우선 해결되야 합니다. 품질로 유명한 도요타의 생산 방식에 관한 수백권의 책이 있지만 결국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현장 근로자가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 불량이 있을 때 이를 정확히 체크하고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있는지, 경영자의 비전이 명확한지가 중요합니다.” 

한국에도 IMF 전에는 덴소 같은 대형 부품업체인 만도가 있었습니다. 한국에 이같은 대형 업체가 있어야 자동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만도는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대형 업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동차업체는 글로벌 아웃소싱을 통해 부품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대형 부품업체를 키워내는 것보다 전체적인 부품산업의 품질과 기술 수준을 올리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노조 문제가 큰 골칫거리입니다. 덴소의 경우는 어떤지요. 

“49년 도요타에서 분사할 때 심각한 문제를 겪었습니다. 이후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적어도 덴소에선 노사의 꿈이 같습니다. 회사의 성공이죠. 한국에선 경영자와 노동자가 목적(꿈)을 공유하는 고리가 약한 것 같습니다. 노조는 좋은 품질을 유지하려 노력해야 하고 경영진은 고객을 만족시켜 회사를 키워내는 게 목적 아닙니까.”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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