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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 기사입력 2005.05.10 16:54
  • 기자명 이형석

[이코노믹리뷰 2005-03-14 07:00]

                                                    

                                                     “뉴비틀·페이톤으로 쌩쌩 달려
수입차 5만대 시대 앞당기겠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아시아 시장공략의 전선을 넓히고 있는 폭스바겐 한국법인의 박동훈(52) 초대 사장.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등과 더불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연륜이 깊은 1세대 전문가이자 국제 감각이 뛰어난 경영자로 꼽히는 그는,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외조카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87년 국내 수입차 시장 개방과 동시에 업계에 뛰어든 그는, 이 분야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늘 입증해 온 전략가이다. 지난 94년 볼보자동차의 국내 수입차 시장 수위 등극도 그의 작품.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독일의 폭스바겐그룹이 낭인 생활을 하던 그에게 지난해 아시아 자동차시장 분석을 의뢰한 데 이어, 한국 법인장의 중책을 맡긴 것은 이러한 능력을 높이 평가한 데 따른 것이라는 후문이다.

지난달 24일 강남구 청담동 폭스바겐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박동훈 사장은 〈이코노믹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으로 할부금융을 담당할 금융 서비스 부문이 한국시장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이 금융서비스 부문 설립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사장은 또 다음 달 선을 보일 예정인 “‘페이톤’은 최상위 프리미엄카 시장 공략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힌 뒤 올해 목표 판매량으로 150∼200대를 제시했다. 그는 BMW그룹 미니의 한국내 시판과 관련해서는 ‘뉴비틀’이 선도하던 국내 니치 마켓의 규모를 키우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미니가 뉴비틀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관측을 일축했다.

또 최상위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한편, 중소형차 부문도 적극 공략해 국내에 수입차 5만대 시대를 앞당기는 첨병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밖에 유로화 가치 상승에도 불구, 올해 중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또 아우디코리아와는 정비·금융 ·행정 분야에서 협력하되, 마케팅·판매 분야는 선의의 경쟁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시장 공략의 중책을 맡았다. 근황을 알려달라.
현장 감각을 잃어 버리지 않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특히 주말에는 주로 자동차 전시장을 방문, 영업 사원들과 대화를 나눈다. 또 영업사원들과 고객들의 상담 진행 과정을 경청하면서 고객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다.

- 캐나다로 떠날 당시와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떤 점을 꼽을 수 있는가.
혼다·렉서스 등 일본차들이 국내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 파이낸싱(금융) 쪽 연구가 과거에 비해 많이 이뤄지고, 활성화된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하지만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상전벽해(桑田碧海)식의 변화를 꼽기는 어렵다. 고향집에 돌아온 것처럼 푸근한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 보수적인 독일기업의 현지법인 사장으로 부임한 배경은.
지난 해 폭스바겐 본사에서 스페셜 프로젝트(그는 한국시장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를 의뢰했다.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 시장의 특성을 분석해 달라는 요구였다. 싱가포르에 가서 3∼4개월 정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다시 가족들이 있는 캐나다로 돌아갔다. 그런데 본사에서 작년 5월경 한국 현지법인 설립 준비작업에 들어간다는 얘기를 전해왔고, 곧 싱가포르에 들어가서 준비작업을 도와준 게 인연이 됐다.

- 올해 판매목표(1500대)는 아직도 유효한가. 최근에 2000대를 거론했는데.
2000대를 팔고 싶다는 게 개인적인 욕심이다. 목표라는 것은 좀 높게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솔직히 올해 중 2000대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공식 목표는 여전히 1500대다. 열심히 하다보면 1800대까지는 가지 않겠나.

- 오는 4월 기함인 페이톤을 한국 시장에 선보인다. 첫해 예상 판매량은.
150∼200대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기종별 가격차이는 있겠지만 1억7000만∼1억8000만원 선이 될 것으로 본다. 물론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페이톤’에 폭스바겐 역량의 상당 부분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미 페이톤을 제작하는 현지 공장을 직접 둘러보고 왔다.

- 페이톤의 한국 시장 진입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폭스바겐은 대중지향 브랜드의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중국 시장 등에서 오랫동안 이러한 이미지를 굳혔다. 중국 시장의 현대자동차인 셈이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유럽에서는 고급차에 속한다. 한국의 수입차들이 워낙 고가인 나머지 대중브랜드로 받아들여져 온 것이다. 유럽에서는 오펠이나, 포드 등이 대중차이다.

페이톤은 폭스바겐이 한국 내 최상위 고급차 시장에 진출하는 신호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폭스바겐은 하나의 브랜드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두 개의 브랜드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

- 지난 1월 제휴를 맺은 대우자판이 페이톤도 보급하게 되는가.
그렇지 않다. 대우자동차판매의 자회사인 메트로모터스는 폭스바겐을 (한국인들에게) 친숙하게 하는 데 한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의 모델들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것이다. 4000명에 달하는 대우자판 직원들이 차량을 소개해 주고, 계약이 이뤄지면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폭스바겐 대중화에 한몫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 하지만 아우디와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지 않겠는가.
아우디의 고객을 빼앗겠다는 의도는 ‘절대로’ 없다.(아우디는 폭스바겐그룹의 자회사이다) 지금은 사촌 땅에 욕심을 낼 시기가 아니다.(웃음) 아우디 A8은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의 동급차종에 비해서 국내 판매수량이 적다.

페이톤은 한국 시장에서 아직 정해진 컬러가 있는 게 아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칠해 나가야 하는 제품이다. 공략 세그먼트 자체도 아우디 A8과는 다른 쪽으로 유도를 하려고 한다.

- 아우디코리아와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협력해 나갈 것인가.
판매·마케팅 부문에 관한 한, 아우디와 선의의 경쟁 체제까지 가져가야 한다는 게 그룹의 입장이다. 하지만 정비 쪽과 관리(금융·행정)분야는 협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도미니끄 보쉬 아우디 사장도 <이코노믹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이러한 방침을 밝힌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쉬 사장과는 지금도 매주 회의를 하며 이견을 조율한다.(아우디와 폭스바겐은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크게 위험하게’ 부딪칠 가능성은 없다.

- BMW코리아가 미니 시판에 들어갔다. 뉴비틀 판매에 타격을 주지 않겠는가
그 동안 ‘뉴비틀’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시장에 미니가 나타나서 전체적인 마켓을 키워줄 수 있다고 본다. 오히려 반갑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비틀이나 미니 모두 패션 감각이 있는 차들이다. 다시 말해, 니치 마켓 개척에 필요한 차들이라는 얘기다.

- BMW의 한국 내 소형차 부문 진출을 어떤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가.
일본 시장을 놓고 봐도 5∼6%, 5만∼6만대 정도는 외산차가 차지해야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5만대까지 가려면 국내 수입차 시장의 주종을 이뤄온 대형차 위주로는 어렵다. (후하게 봐도) 3만대까지 가면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 결국 나머지 2만대 정도는 중소형 외산차가 개척해야 5만대 시대가 가능하다. (미니 진출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수입차 5만대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폭스바겐이 담당할 역할은 무엇인가.
폭스바겐이 어떻게 해 주느냐에 따라서 수입차 5만대 시대가 앞으로 5년 후 도래할 수도 있고, 10년 후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형차 시장(3만대)을 제외한 나머지 2만대 규모의 시장 부문에서 가장 주요한 플레이어는 폭스바겐일 수밖에 없다.

- 금융서비스 부문이 취약하다는 평가다. 복안을 가지고 있는가.
폭스바겐그룹도 파이낸셜 서비스 부문이 따로 있다. 폭스바겐 파이낸셜 서비스라는 회사가 그것이다. 지금 한국에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으로 한국에 들어올 것이다. 이 회사는 폭스바겐은 물론 아우디 고객들을 담당하게 된다.

- 지난 해 한국 시장에서는 일본차들의 돌풍이 거셌다. 한국 시장 강세의 원인은.
렉서스나 혼다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지명도가 도움이 많이 됐다. 특히 유명 브랜드인 데도 국산차와 가격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 상당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렉서스(ESS 330)는 5300만원 대이다. 국산 승용차 에쿠스 가격 정도이다.

하지만 (일본차들은) 유럽차에는 아직 못 미친다고 본다. 서양 속담 가운데 ‘애플 투 애플(apple to apple)’이라는 말이 있다. ‘애플 투 오렌지(apple to orange)’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사실 (일본차는) 가격면에서 동급의 유럽차와 많은 차이가 있다.

- 현대·기아차가 유럽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한국차가 이처럼 약진하고 있는 배경은.
최근 폭스바겐 본사 관계자는 (나에게) 현대자동차에 놀라움을 표시한 적이 있다. “그 가격에 그런 품질의 차를 만들 수 있느냐. 도저히 상상을 못하는 가격”이라는 고백이었다. 솔직히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 실제로 차를 타보면, 현대·기아차가 일을 열심히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술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물론 유로화 가치가 뛰는 바람에 가격 경쟁력이 좋아진 점도 감안해야 한다. 현대·기아차가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을 가져가고 있는 점도 또 다른 배경이다.

- 유로화 가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제품 가격을 올릴 계획은 있는가.
올려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 막 한국법인을 세우고 시작하는 입장이어서) 올해 중으로 판매가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수입차 판매 후 서비스 품질이 아직도 많이 뒤처진다. 어떻게 극복해 나갈 계획인가.
폭스바겐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브랜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비공장에서 초등대응을 잘못 하는 바람에 고객에게 나쁜 인상을 주는 경우가 꽤 있었다. 시설만 잘해 놨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손을 대지 못한 여러 부분을 개혁해 나갈 것이다. 우선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폭스바겐 정비 매뉴얼은 독일어나 영어로 돼 있다. 한국어로 다 번역을 해서, 보급해 나가겠다.

■ 1952년 생 / 중앙고등학교 졸업/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1978년~1986년 한진건설 유럽주재원/ 1989년~1994년 한진건설 볼보 사업부장/ 1994~1996년 한진 건설 기획실장/1997~1999년 데코 전망좋은방 본부장 /2001년~2003년 고진모터임포트 부사장/ 2005년 1월~현 폭스바겐 코리아 사장

페이톤 어떤 차인가

“아우디·BMW ·벤츠 물렀거라 ”

BMW코리아가 지난 2월 25일 럭셔리 소형차 미니를 출시하고 국내 소형차 시장 공략에 나서 화제다.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을 지향한다는 BMW의 소형차시장 진출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중저가 시장 진출을 겨냥한 것이라는 오보까지 나왔을 정도.

이런 와중에 폭스바겐코리아가 오는 4월 국내에서 BMW나 아우디의 전유물이던 국내 고급차 시장에 전격 진출하기로 해 화제다. 최상위 시장 공략을 내세운 페이톤은 12기통 48실린더6.0리터 엔진을 달아 동급 최강의 엔진파워를 자랑한다. 가격대만 1억7000만~1억8000만원. 겨울철에도 앞뒤 유리창에 김이 서리지 않을 만큼 세심한 부분에 신경을 썼다. 미니가 뉴비틀을 사정권에 넣을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어서 폭스바겐과 BMW는 소형차 부문에서 대형차까지 전·후방이 따로 없는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벤츠, 아우디, 그리고 렉서스까지 어울려 한바탕 어지러운 난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의 고급시장 진출과 관련해, 전 회장인 페르디난드 피에히는 자서전 《폴크스바겐 스토리》에서 자동차 메이커라면 당연히 고가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표현한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페이톤이 폭스바겐의 자회사인 아우디의 A8과도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것이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아우디 A8과 다른 섹터를 공략할 것이라면서도, 양사간 마케팅 판매분야의 선의의 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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