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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절반의 성공…주행성능·첨단사양 진전, 뒷좌석 문제 여전

  • 기사입력 2012.05.11 16:20
  • 기자명 이상원
기아자동차가 지난 2일 출시한 K9은 국산 대형 세단의 실력이 어느정도인가를 가늠해 준다는 점에서 시승 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기아차로서는 특히, 정통 대형세단을 표방하는 후륜구동형 플래그쉽 모델를 다시 내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아차는 지난 1997년 엔터프라이즈를 내놨었으나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탄생된 오피러스는 전륜구동으로 전환됐다가 이번에 다시 후륜구동으로 회귀했다.
 
K9은 현대 에쿠스나 제네시스가 사용한 현대차의 대형세단용 H플랫폼을 사용해 개발됐다. 즉, 차량의 기본 틀은 제네시스나 에쿠스와 같으면서  휠베이스(축간 거리)는 3045mm로 에쿠스 크기로 늘렸다.
 
하지만 차량 전체길이(전장)는 70mm가 짧고 제네시스 보다는 175mm가 길다. 또, 차체넓이인 폭과, 높이도 같다.
 
전체적으로대형 세단을 표방, 최대한 에쿠스 크기에 접근하면서도 에쿠스, 제네시스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절묘하게 사이즈를 조절했다. K9의 스타일은 중후하면서도 스포티한 면이 강하다. 에쿠스와 같은 차체 높이인데도 A필라와 C필라의 각도가 좀 더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후드가 길고 트렁크 리드가 짧게 디자인돼 다른 대형 세단에 비해 한층 다이내믹해 보인다.  
 
다른 대형 세단보다 더 돋보이는 헤드램프의 입체감과 독특한 형상의 라디에이터그릴 때문에 전면은 매우 강한 인상을 풍기지만 뒷면은 슈라이어 특유의 세련된 선이 부각되지 못해 다소 밋밋한 느낌이다.
 
특히, 외관상의 고급감을 강조하기 위해 헤드램프와 사이드 미러에 굵은 LED를, 라디에이터그릴과 리어 가니쉬에 크롬도금을 적용했다.
 
하지만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보다 탄탄하고 컴팩트해보이면서도 빈틈없는 최근의 추세와는 여전히 거리감이 느껴진다. 
 
K9의 실내에 들어서면 대형세단에 어울리게 고급스런 분위기를 풍긴다. 너무 화려하지도 복잡하지도 않으면서 실내 곳곳에서 무게감이 느껴진다.
 
센터페시아는 12.3인치의 초대형 화면과 공조시스템, 오디오 스위치로만 이뤄져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간결하게 디자인됐다.
 
나파 가죽시트를 사용한 시트는 몸을 감싸주는 느낌이 매우 좋다. 도어트림이나 대시보드 및 인스트루먼트 판넬 등 주요 부문에 천연가죽과 광택이 나는 오드그레인을, 그리고 중앙 팔걸이(센터 암레스트)와 기어노브 주위에는 장미 무늬목의 우드그레인을 적용,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이 외에도 스피커와 도어트림, 도어 손잡이, 시계, 오디오 주변도 모두 크롬 테두리를 둘렀고 다른 곳도 다양한 알루미늄 표면 같은 마감재 처리로 고급성을 강조했다.
 
여기에 도어(문짝)와 크래시패드 하단에 붉은 색 무드조명을, 천정 뒷부분에 감각적 이미지의 실내등을, 특히, 뒷좌석 천정 양쪽에도 화장거울을 적용하는 등 실내 분위기에도 많은 배려를 하는 등 좀처럼 흠잡을 데가 없다.
 
내비게이션등 화면은 여느 럭셔리 수입세단처럼 기어 노브 뒤에 위치한 DIS(드라이버 인포메이션 시스템)로 조작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다이얼을 누르고 돌리는 조작만으로도 여러 가지 작업을 할 수 있어 컴퓨터 마우스와 같은 편리함을 제공한다.
 
다만 이는 기본사양이 아니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UVO’와 9.2인치 내비게이션, 후방카메라가 함께 묶여 옵션사양으로 제공된다. 
 
클러스터는 국내 최초로 풀 TFT LCD 클러스터가 적용됐다.
 
이는 가상 그래픽으로 속도와 RPM 등을 표시해 주는 시스템으로, 마치 계기판(클러스터)이 노트북 모니터처럼 12.3인치의 계기판이 RPM 대신 내비게이션 경로를 표시하게 하는 등 내용을 선택할 수 있으며, 테마와 숫자 크기까지 변경할 수 있다.
 
주행 모드도 버튼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해 각각의 특성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는 물론 서스펜션의 감쇄력과 핸들의 조향력까지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버튼을 누르는 순간 속도계의 숫자도 기울어진 글꼴로 바뀌게 된다.
 
스티어링 휠(핸들)도 잡은 상태에서 손끝으로 기능을 간편하게 조작하는 햅틱 리모트 컨트롤이 세계 최초로 적용, 매우 편리하게 운전을 할 수 있다.
 
 K9에는 지금까지의 대형 국산세단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고급 사양들이 적용됐다. 어떤 기자 표현처럼 종합 선물세트를 연상케 할 정도다.
 
우선 ,  BMW, 아우디 등에 주로 적용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국산차 중에서는 처음으로 적용이 됐다.
 
이 헤드업디스플레는 기능이 가장 진보된 것으로 다른 수입차에 비해 화면이 깔끔하고 보다 다양한 컬러가 사용된 점이 특징이다.
 
또 후측방 경보시스템은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경보 단계를 구분해 표시토록 해 차별화시켰다. 이 시스템은 사각지대에서 접근해 오는 차량을 사이드미러의 표시등으로 알려준다. 그런데도 운전자가 차선변경을 시도할 경우에는 경보음과 시트 진동을 통해 재차 운전자에게 경고를 해 주는 기능으로 운전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은 앞차가 멈췄다가 출발할 때 자동출발까지 지원해 주는 첨단 장치로, 앞차로 인해 속도가 줄어들었을 때 깜빡이등을 작동시키면 자동으로 가속까지 할 수 있는 가장 진보된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다. 
 
또 닛산 인피니티 차량에 적용, 관심을 끌었던 어라운드뷰 모니터도 국산차 중 처음으로 적용됐다. 주차를 하기 위해 후진기어를 넣으면 내비게이션 화면에 앞.뒤.좌.우 카메라 영상이 나타나 차량 주변의 모든 상황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 처럼 확인할 수 있어 한결 쉽게 주차를 할 수 있다.
 
이 외에 기아차의 스마트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UVO 가 적용,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을 이용한 원격 제어로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걸 수 있고 온도 조절도 가능하다. K9의 엔진 라인업은 GDI(가솔린 직분사) 3.3엔진과 3.8엔진등 두가지가 장착된다. 당초 기아차는 4.6엔진과 5.0엔진도 준비했었으나 에쿠스와의 간섭 등을 이유로 제외시켰다.
 
조합된 변속기도 기존의 현대.기아차 8단 미션으로 변화는 없다. 다만 엔진과 미션의 조합을 어떻게 했느냐에 성능에서 차이가 있다.
 
현대.기아차의 8단 미션은 제네시스와 에쿠스에 장착된 초기제품은 약간의 소음이 있었으나 K9에서는 이러한 단점이 완전히 잡힌 듯하다.
 
시승코스는 강원도 양양 솔비치에서 동해 망상해수욕장까지의 70km 고속도로 구간이다. 시승차종은 최고급 사양이 적용된 3.8 프레지던트다.
 
이 차량의 제원은 최고출력 334마력, 최대토크 40.3kg.m, 공인연비는 리터당 9.3km이다.   K9의 출발전 아이들링 소음은 매우 조용하다. 이제는 현대.기아차 엔진은 대형 뿐만 아니라 소형까지도 엔진음과 진동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와 있다.   가속력은 기대 이상이다. 시속 100km, 200km를 순식간에 넘어선다. 속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시속 230km에 도달한다,   어느 기아차 임원 말처럼 정말 성능에서만큼은 BMW 7시리즈나 S클래스 못지 않다. 시속 200km 이상 에서의 고속 주행안정성도 상당히 좋다.   다른 국산 대형세단처럼 속도를 높였을 때의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주행안정감이 탁월하다. 성능면에서 가장 놀랄 만한 부분은 바로 고속 주행안정성능이다.   스티어링감도 K7 등 기존 세단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들 차량들은 다소 무른 편이지만 K9은 다소 묵직하게 세팅됐다. 때문에 고속주행에도 날린다는 느낌이 없다.   승차감도 장거리 주행에도 편안함이 느껴질 정도로 탁월하다. 차체 제어 능력도 매우 뛰어난 수준이다. 갈 때의 평균 시속은 160km, 평균 연비는 리터당 6.9km. 공인연비와는 2.4km의 차이가 있다. 고속도로 연비임을 감안할 때 실 연비는 다소 실망스런 수준이다.   돌아올 때는 뒷좌석에서 시승을 했다. K9은 오너 드라이브용이기도 하지만 기사 딸린 사장님(?)용으로도 많이 이용될 수 있는 차량이기 때문이다.   70km를 평균시속 150km의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린 결과 다소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운전석과는 달리 뒷좌석은 약간의 울렁거림에도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특히, 좌우롤링과 상하 움직임도 안정적이지 못하다. 장거리를 운행하게 되면 속이 다소 거북스러울 수도 있을 듯하다.   K9의 뒷좌석이 편안하지 못한 이유는 현대.기아의 후륜 플랫폼인 H플랫폼의 고질적인 문제 때문이다. 이 플랫폼은 동력전달 터널과 연료탱크의 높이가 높아 기본적으로 뒷좌석이 앞좌석에 비해 많게는 5cm 가량 높을 수밖에 없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K9은 연료탱크 용량이 75리터로 88리터의 BMW 7시리즈보다 작지만 형태상의 문제 때문에 앞뒤 좌석높이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여기에 후륜구동차량의 경우, 무게 배분이 앞뒤 5대5가 이상적이지만 K9은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쏠리면서 앞에서 발생한 차체 진동이 뒷쪽에 훨씬 많이 전달되는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은 같은 풀랫폼을 사용한 현대 에쿠스에도 발생되고 있는 것으로 플랫폼을 바꾸지 않은 한 해결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K9은 동력성과 다양한 편의장치 등에서는 BMW7 시리즈나 벤츠 S클래스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차량 전체에서 느껴지는 안락성과 바닥에 내려앉는 듯한 고급 럭셔리 세단 특유의 주행성능까지는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고속주행성능 및 주행안정성, 그리고 웬만한 수입 대형세단을 앞서는첨단 사양 등에서는 큰 진전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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